시간에 대한 기록
광학 현상에 대한 기록
자석에 대한 기록
전기에 대한 기록
최한기와 물리학 지식
격물학으로서의 물리학
근대적인 과학기술교육의 시작
구한말의 신학제와 과학교육
일제하 과학기술 교육기관의 형성
연희전문학교 수물학과
연희전문학교 수물과 졸업생의 역할
경성제국대학 물리학과
 
  인간이 물리적인 현상을 실용적으로 이용한 때는 아주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근대 물리학이 출현한 것은 17세기에 이르러서였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로 촉발되고 케플러와 갈릴레이에 이어진 근대 과학혁명은 영국의 물리학자 뉴턴(Isaac Newton, 1642-1727)에 이르러 그 완성을 이루었다. 뉴턴은 만유인력이라는 힘과 3개의 운동법칙에 바탕을 두고, 수학적 방법을 사용해서 지구를 비롯한 여러 천체의 운동을 성공적으로 기술했다. 이 과정에서 뉴턴은 그동안 분리되어 발전하고 있었던 천체 역학과 지상의 역학을 종합했으며, 중세 과학이 고집하고 있던 천상계(天上界)와 월하계(月下界)의 구분을 부수고 세상을 단일한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뉴턴의 과학은 경험과 이론의 종합에 의해 완성되었다고도 말하는데, 이런 모든 성과를 일컬어 흔히들 뉴턴의 종합이라고 부른다. 결국 고전 역학은 케플러, 갈릴레이, 데카르트, 보일, 호이겐스를 거쳐 뉴턴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18세기를 통해 뉴턴의 역학은 영국에서 유럽 대륙으로 확산되었고, 프랑스에서 더욱 세련된 형태로 발전하였으며, 19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고전역학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또한 인류는 오래전부터 마찰시킨 물체들이나 자석들이 서로 끌리거나 밀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도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신비한 작용을 하는 전기와 자기에 관한 지식은 오랫동안 경험 과학의 영역에서 다루어졌다. 전기, 자기, 빛 등에 관한 지식이 수학적 테크닉의 도움으로 이론 물리학과 만나게 된 것은 19세기에 들어와서야 가능해졌다. 1864년 스코틀랜드의 물리학자 맥스웰(James C. Maxwell, 1831-1879)은 전기와 자기 현상에 대한 통일적 이해를 가능하게 해주는 물리법칙을 정립해서 전자기학이라는 새로운 통합 학문 분야를 탄생시켰다.
  한편 인류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뜨거움과 차가움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감각으로 쉽게 분별할 수 있는 온도라는 개념이 실제로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열에 대한 최소한의 정량적인 개념은 온도계가 발명되면서 가능하게 되었지만, 온도계의 발명만으로 열에 대한 학문 분야가 정립된 것은 아니었다. 열에 관한 분야가 열역학이라는 체계적인 이론체계로 발전한 것은 에너지 보존법칙과 엔트로피 법칙 등 열역학의 기본법칙이 정립된 19세기 이후의 일이었다. 19세기말 클라우지우스, 맥스웰을 거쳐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볼츠만(Ludwig E. Boltzmann, 1844-1906)은 열역학의 기본법칙을 정립하고 열에 대한 현상을 통계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는 데 성공했고, 결과적으로 통계역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등장하게 되었다.
  서양에서 물리학이 분명한 형태의 학문으로 정착한 것은 19세기 이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그 이전에 있었던 물리학의 발전을 논할 때 현재의 물리학이라는 개념이 19세기 이후 서구에서 온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비록 당시 사람들은 후세에 자신의 업적을 물리학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더라도 오늘날 물리에서 다루는 현상을 우리 고전문헌에서 살펴보는 것은 한국 물리의 뿌리를 더듬어봄과 함께 교육적인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물리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 혹은 오늘날 물리현상으로 다루어지는 장치 등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면서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오늘날 물리학은 역학, 전자기학, 양자역학, 광학, 열역학 및 통계역학, 고체물리학, 핵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오늘날의 이론 물리학과 같은 학문 형태를 우리의 역사 속에서 그 모습을 찾아내기란 아주 어렵다. 기껏해야 오늘날 이론 물리학이 지니는 철학적 바탕이 옛 지식인들이 생각하는 사고 체계와 어떤 유사점이 있는가를 밝히는 것이 가능할 뿐이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의 계측과 통신, 전기, 자기, 광학 등 실험 과학에 속하는 분야는 그것이 다루는 현상이 역사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나마 역사적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