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및 분자물리학은 현대물리학 발전과 역사를 같이해 온 가장 중요한 기초과학의 한 분야이다. 동시에 응집물질을 포함한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이 원자 및 분자로 이루어진 만큼 원자 및 분자물리학은 오늘날 많은 응용과학과 공학 및 첨단 과학기술의 근간이 되는 학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 학문 전통의 특성상 1970년대 이전에는 기초 및 사유적 성격이 강한 분야에 대한 관심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그 이후에는 경제발전과 물질적 가치가 우위를 점하면서 갑작스럽게 응용학문의 숭상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 양면적 성격과 학제성을 지닌 원자 및 분자물리학을 연구하는 학자층은 상대적으로 얇았다.
  이 때문에 한국물리학회에는 원자 및 분자물리학분과회가 설립되지 않았고 따라서 원자 및 분자 물리학자들은 인접 분야의 분과회에서 활동을 해왔다. 원자구조나 충돌 등과 관련이 있는 학자들은 원자핵물리학분과회에서, 원자 - 광자 상호작용 등과 관련이 있는 학자들은 광학 및 양자전자학분과회에서 학술발표를 하거나, 아예 국내 학술회의에서는 거의 발표를 포기하고 지내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분과회가 없기 때문에 원자 및 분자 물리학자들끼리 또는 화학자들과 학문적 교류를 활발히 가져 정기, 비정기적인 모임을 만들었다. 특히 연구비가 거의 없던 시절이라 이런 모임 때면 사비를 거두어 회의를 가지기도 했다. 뒤이어 한국과학기술원의 이해웅이 중심이 되어 대우학술재단 지원으로 월례 독회를 가지는 등, 분과회를 대신할 여러 모임들이 있었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원자 및 분자물리학자들의 교류가 증대되는 한편, 국내외에서 신진 학자들의 배출, 외국에서 활동하던 학자들의 귀국 등으로 원자 및 분자분야 학자들이 점차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국내 과학기술 수준이 향상되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들이 활성화되면서 원자 및 분자물리 관련 연구 그룹이 생겨나기 시작하였고, 또 직접 원자 및 분자물리학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원자 및 분자물리학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에 걸쳐 한·중·일의 원자 및 분자물리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아시아 지역의 원자 및 분자물리학 학술 모임인 AISAMP(Asia International Seminar on Atomic and Molecular Physics)를 번갈아 개최하기로 뜻을 모아 제 1회 AISAMP를 1992년 일본에서 열기로 결정하였다. 이 무렵 물리학에서 일어난 가장 큰 발전의 하나인 원자 냉각과 포획, 이를 이용한 보즈-아인슈타인 응집 연구, 원자광학 및 관련 분야의 출현으로 원자물리학은 더욱 국내외에서 관심을 받게 되었고, 이러한 배경 속에서 원자 및 분자물리학 분야의 활성화와 분과회 창립의 필요성이 대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