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이후의 분과회 소사

  창립 이후 분과회를 운영해온 위원장들의 재임기간 단위로 분과회의 소사를 살펴본다. 창립되면서 자연스럽게 분과회의 기초를 다질 초대 분과회 위원장으로 석성호(1992. 4 - 1995. 4 재임)가 추대되었다. 분과회 설립이전에 “원자 및 분자물리학분야”로 1년간 물리학회 봄, 가을 학술발표대회에서 독립된 발표의 장이 주어진 때부터 실질적인 위원장 역을 맡아오던 석성호는 초대 위원장을 맡으면서 공적 지위와 개인적인 친분을 십분 활용하여 그동안 접촉해온 원자 및 분자물리학자들은 물론, 연관 물리학 분야, 화학 등의 여러 분야 학자들이 원자 및 분자물리학분과회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리고 대화나 강의의 상대가 어느 분야의 학자이든 원자 및 분자물리학의 중요성과 함께 다른 많은 분야에서도 원자물리학 지식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누누이 강조하여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석성호는 위원장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원자 및 분자물리학분과회 최대 행사 중의 하나였던 제 3회 아시아 원자 및 분자물리 국제학술회의(AISAMP III)의 회의의장을 맡아 포항에서 열린 학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현재에도 이 학술회의의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학회에 대해서는 뒤에 국제학술교류 활동에 관해 설명하면서 좀더 상세히 다루려 한다.
  3년 동안의 초대위원장의 활약에 뒤이어, 숙명여자대학교의 오성담(1995. 4 - 1997. 4 재임)이 제 2대 위원장직을 맡았다. 오성담은 이미 원자 및 분자물리학분과회가 생기기 수년 전부터 국내의 원자물리학자들과 물리화학 및 분자물리학 전공 화학자들의 학술 모임을 주관하는 한편, 원자핵물리학분과회에 소속되어 활동하여 원자물리학자로서 국내 활동이 긴 경력을 지니고 있다. 재임 동안에는 특히 두 가지 큰 국제적 행사가 있었는데 그 하나는 1996년 6월 아태이론물리센터(APCTP) 발족 기념으로 있었던 학술행사에서 보즈-아인슈타인 응집(BEC) 특별세션과 원자 및 분자 세션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1996년 10월 포항에서 열린 AISAMP III였는데, 분과회 위원장, 자문위원회 위원 등으로서 두 행사를 모두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기여하였다. 위원장직 수행 후에도 국내학자들의 소그룹 교류를 많이 추진하여 원자물리학 활성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제 3대 위원장은 한국과학기술원의 이해웅(1997. 4 - 1999. 4 재임)이 맡아 점차 성숙기에 접어드는 분과회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하였다. 특히 격년으로 열고 있는 국내 원자 및 분자물리학 워크숍을 처음으로 실시하였는데, 이 워크숍은 원자 및 분자물리학자들이 서로의 일을 알고 알리는 데 중요한 기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또한, 1998년 4월에는 하버드대학 부설 이론 원자 및 분자 물리연구소(ITAMP; Institute for Theoretical Atomic and Molecular Physics)가 APCTP와 공동 행사를 제안해왔는데, 그 전초적 단계로 서울에서 APCTP 후원으로 원자 및 분자물리 국제 강연회를 개최하여 많은 저명 국내외 학자들이 최근의 발전에 관해 발표하는 등 국내학자들에게 좋은 정보습득의 자리를 마련하였다. ITAMP-APCTP 공동행사 계획은 우리 경제상황 등의 이유로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이해웅은 원자 및 분자물리학만이 아니라 광학 분야와도 관련된 연구를 통하여 원자 및 분자물리학분과회와 광학분야 교류의 활성화에 현재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제 4대 위원장으로 명지대학교의 김영순(1999. 4 - 2001. 4 재임)이 선임되어 앞선 위원장들의 뒤를 이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여 10년에 접어드는 젊은 분과회의 모습을 다듬었다. APCTP의 국제실무위원으로 일하면서 1996년의 창립학술대회에 원자 및 분자물리학 분야의 독립된 분과 개설을 이끌어냈으며, 1997년에는 ITAMP-APCTP 공동행사에 대한 ITAMP의 제안을 전달하는 등, 분과와 APCTP, ITAMP간의 연락창구 역할을 맡았다. 1999년 10월에 있었던 한·불 화학물리세미나를 국내 화학자들과 함께 치렀고, 제 2회 원자 및 분자물리학 워크숍을 개최해 이 워크숍을 분과회의 가장 알찬 교류의 기회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2주간에 걸쳐 한국 원자력연구소에서 열렸던 저명한 재미 원자물리학자 김영기 초청 특강과 원자구조 계산실습 등 여러 행사에 APCTP 등의 지원으로 대학원생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 등을 배려하여 위원장으로서만이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역할도 잘 수행하였다.
  제5대 위원장은 충남대학교의 조혁(2001. 4- )이 맡고 있다. 한국의 원자물리학자로서 1992년의 AISAMP I부터 2002년 일본 나라에서 열린 AISAMP V까지 모두 빠짐없이 참석하는 등, 한국의 원자 및 분자물리학 발전의 산 증인으로서 분과 창립이래 주요 행사마다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 성공적인 개최를 위하여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며, 한국물리학회 창립 50주년 기념사업과 맞물려 분과회의 지속적 발전과 미래로 향한 도약을 위하여 노력하는 한편, 제3회 원자 및 분자물리학 워크숍을 개최하며 APCTP의 지원을 제2회 워크숍에 이어 계속 받아 대학원생들에 대한 참가 지원의 전통을 확립하였다.
  이 위원장들의 성공적 분과회 운영 뒤에는 여러 운영위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는데 성균관대 선호성, 원자력연구소 유병덕, 이용주, 최안성, 인하대 김기식,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호성, 포항가속기연구소 정영민, 서울대 제원호, 포항공대 김동언, 고려대 조동현, 한양대 정영대 등이 그들이다. 역대 운영위원들의 업적을 일일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여기에 수록된 모든 활동이 대부분 운영위원들의 노력의 결실임은 물론이다. 특히, 선호성은 원자 및 분자물리학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진 여러 화학자들 중 한 사람으로서 분과 창립 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자물리·화학 논문을 원자 및 분자물리학분과회에서 발표하였고 원자 및 분자물리학분과회와 화학자들의 교류를 위해 가교 역할을 하였으며, 때로는 국외자로서 아픈 충고를 편하게 해주었다.

국내 원자 및 분자물리학의 발전

  학술단체의 목표는 학술활동의 활성화이며, 한국물리학회 50년사는 우리 나라 물리학의 역사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분과회 설립 배경이 되었던 원자 및 분자물리학 인구 증가와 원자 및 분자물리학 지식의 수요는 이제는 분과회 설립으로 인해 더욱 확대되고 한 차원 높은 수준을 달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원자 및 분자물리학분과회에서 학문적 활동이 활발한 많은 회원들이 모두 분과회 활동에 능동적,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분과회 활동과 학술활동을 병행하는 모범적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원자 및 분자물리학은 그 자체로서 과학의 지식과 진리를 탐구하는 기초학문인 동시에, 발달된 첨단측정 기술과 계산 기법을 사용하여 복합적인 상황의 분석, 모델링, 예측에 필수적인 기본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플라스마 물리학, 광학, 천문학과 우주과학, 대기와 환경과학, 표면과 응집물질 물리학, 방사선물리학, 화학, 생명과학과 의학물리학 등 다양한 인접 학문 분야와 접목되어 새로운 기술개발을 가능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어느 분과회보다도 학제적 발표가 많은 분과회이고 따라서, 다른 분과회 회원들의 참여도 점차 증가되는 추세에 있다. 국내 원자 및 분자 물리학자 또는 관련 분야 학자들의 여러 연구 주제를 몇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 광자와 원자 및 분자의 상호작용
· 레이저분광학
· 플라스마 내에서의 원자 현상
· 내각전자 전이과정을 이용한 X선 레이저
· 전자와 원자(또는 분자, 이온)충돌
· 고출력 레이저를 이용한 고차조와파 발생
· 방사광을 이용한 원자 및 분자의 광이온화
· 원자 광학(원자 포획, 냉각, BEC)
· 원자계에서의 비선형성과 양자 충돌
· 다광자 광이혼화, 음이온의 광분리 현상
· 양자전산, 양자암호, 원격이동 등의 양자정보학
· 레이저 냉각된 원자를 이용한 주파수 표준기 연구
  원자 및 분자물리학의 지대한 중요성에 비추어, 아직은 전체 인구가 많지 않다 보니 각 기관별로 한두 명의 원자 및 분자물리학자가 활동 중이지만 몇몇 기관은 점차 큰 그룹을 형성하여 가고 있다. 예를 들어, 원자력연구소 양자광학팀은 이종민(후에 광주과기원 소속)을 중심으로 레이저원자분광학그룹이 크게 형성되어 왕성한 연구를 하여 왔고 국내 유일의 원자데이터 센터(이용주)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때 국내에서 가장 큰 이론원자그룹을 확보하고 있었으나 이직 등으로 규모가 조금 줄어든 것은 큰 아쉬움이다. 표준과학연구원 역시 원자시계 그룹, 분광학 그룹 등 원자 및 분자물리 관련 그룹(이호성, 윤태현, 한재원)이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레이저 냉각된 원자를 이용한 원자현미경 등의 원자광학 연구와 원자와 광자의 강한 상호작용을 이용한 원자레이저 등의 양자광학 등을 중심으로 하는 그룹(제원호)이 있고, 한국과학기술원은 짧고 강한 레이저를 사용하여 원자에서 고차 조화파를 발생하는 연구와 양자컴퓨팅, 양자정보, 거시 양자광 레이저(남창희, 안경원, 이순칠, 이해웅) 등 각자의 관심분야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포항공대에서는 레이징 플라스마와 관련된 분광학적 연구를 주로 연한 X선 영역에 대해 연구하고, 원자 및 분자물리학에서의 베리의 위상, 원자와 이원자 분자의 반응성 산란(reactive scattering)을 이론적으로 계산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금오공대 최낙렬과 공동연구)하였다(김동언, 석성호, 신현준, 이동녕). 또한 가속기연구소에서의 원자 및 분자 연구(정영민)도 더욱 활기를 띠었다.
  그 이외의 기관에서도 한두 명씩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으나 일일이 소개할 수 없고 2000년대 전후 수년간 원자 및 분자 물리학분과회에서의 발표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학자들 일부를 소사에 언급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 숙명여대 오성담, 명지대 김영순, 송호대 김대성, 경성대 백문구, 조선대 장차익을 중심으로 한 원자물리 이론 연구는 개별연구는 물론 공동연구도 활발하다. 국제적 활동이 활발한 고려대 조동현을 비롯하여, 교원대 김중복, 성화대 이창재, 인제대 전진우, 한남대 장수, 조재흥 등의 원자광학 및 분광학 관련 연구도 국내 동 분야 발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원자력연구소 정의창, 한양대 정영대, 오차환 등의 플라스마 원자물리, 이온 트랩 연구와 충남대 조혁, 정양수의 전자 및 이온충돌 실험 역시 해당 분야의 중요한 맥을 이어갔다.
  최근 들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원자 및 분자물리학분과회에서도 발표가 늘어나는 양자정보학은 크게 양자전산과 양자통신의 두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이 분야 연구가 활발한 기관 중 하나인 한국과학기술원에는 “핵스핀 양자컴퓨터 개발 국가지정연구실”(단장 이순칠)과 BK21 핵심사업인 “광양자정보과학사업단”(단장 이해웅)이 있다. 국가지정연구실은 NMR을 이용한 양자알고리듬의 구현과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핵스핀을 비트로 사용하는 실용적인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연구실에서 양자전산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기는 NMR양자컴퓨터가 발표된 지 얼마 후인 1998년 초이며 국가지정연구실로는 2000년 6월에 지정이 되었다. BK21사업단은 포토닉스 결정체(photonic crystal)를 이용한 양자컴퓨터시스템과 광섬유를 이용한 양자통신, 원격이동의 이론적 고찰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연구발표를 하였다.
  2002년까지 10여년간 빠르게 발전한 극초단 레이저 기술과 소형 고출력 레이저 기술의 결합은 초강력 레이저장 물리분야의 등장을 가져왔다. 과학기술부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에 의해 지원되는 한국과학기술원의 “결맞는 연구단”(단장 남창희)은 펨토초 테라와트 레이저와 원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결맞는 X선 발생과 응용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다. “결맞는 X선 연구단”에서는 자체 개발한 20펨토초 3테라와트 레이저 시설을 이용하여 고차조화파를 연속적으로 파장가변할 수 있는 방법과 높은 변환 효율 획득, 그리고 아토초(1 as = 10-18 초) 영역의 펄스 발생과 계측 연구와 고차조화파 스펙트럼 관측을 통해 초강력 레이저장에 놓인 원자 상태의 규명 등에 관련된 초강력 레이저장 물리 연구를 수행한다.
  1980년대부터 레이저 냉각과 포획이 급속한 발전을 보이면서 레이저 냉각된 원자를 이용한 여러 연구가 생겨났고, 원자 및 분자물리학분과회에서도 발표가 크게 늘어났다. 고려대 조동현, 서울대 제원호, 표준과학연구원 이호성 외 여러 연구자들이 활발하게 연구를 수행한다. 서울대의 “근접장 이용 극한 광기술 연구단”(단장 제원호)은 나노 영역의 근접장 광 자체의 새로운 양자역학적 특징의 이해를 바탕으로 나노 크기의 물질과 광 사이의 분광학적 상호작용을 연구할 수 있는 실시간 근접장 주사광현미경과 레이저 냉각된 원자를 이용한 원자 주사현미경에 대한 새로운 개념의 현미경 연구를 진행하였다. 나아가 나노영역의 광학적 리소그라피 및 광정보의 기록과 재생을 실현하는 등 실질적 응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다. 연구내용은 크게 나누어 근접장 분광학, 원자 광학, 근접장 광학 등으로 말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연구에 있어서 광파장과 무관한 미세한 영역의 광자의 근접장(작은 마이크로 피펫 주위의 나노 스케일에 국한)과 원자의 근접장(작은 속 빈 광섬유의 구멍 속에서 가간섭성 원자의 특성)이 새로운 주요 연구주제로 이용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거시 양자광 레이저 연구단”(단장 안경원)은 물질과 빛의 상호작용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단원자와 빛의 단일 모드와의 양자역학적 상호작용을 탐구하고 이를 기초로 하여 거시 영역에서 양자역학적 성질을 갖는 양자광 발생을 연구하고 있다. 크게 미소 공진기 레이저 (Microcavity Laser), 단원자 레이저 (Single Atom Laser), 단원자 포획 (Single Atom Trap)의 세 분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직경이 수십 마이크론 정도에 불과한 수정 원기둥, 수정구 등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빛의 전반사로 인해 아주 좋은 레이저 공진기가 될 수 있는데, 이러한 공진기의 바깥에 원자 및 분자, 또는 양자점 등과 같은 이득물질을 놓고 표면감쇠파 결합을 통한 새로운 원리의 레이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단원자 포획 연구에서는 레이저 빔과 강한 불균질 자기장을 이용하여 단원자를 포획하여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 단원자를 전송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레이저 냉각된 원자를 이용하는 또 다른 분야는 원자시계로서, 원자시계는 많은 광학 기기와 기술을 이용하지만 원리상 원자물리학에 바탕을 둔 대표적 분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원자시계에 관한 두 그룹을 소개한다. 먼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시간 주파수 국가지정 연구실”(연구책임자 이호성)은 냉각된 세슘원자를 이용해 궁극적으로 차세대 디지털 통신망동기 주파수 표준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2년 현재 우리나라 디지털 통신 동기망의 제 1 계위에 동기 신호를 공급하고 있는 세슘원자시계는 약 50년 전에 개발된 것으로 그동안에 성능이 많이 개선되었으나 정확도가 최고 10-13 수준이다. 21세기에는 초고속 광대역의 통신망 구성이 예상되고 이를 위해서는 더 우수한 원자시계가 필요하다. 레이저 냉각 기술을 이용하는 원자분수 (atomic fountain) 방식의 원자시계는 유력한 차세대 원자시계이다. 원자분수시계에서는 레이저를 이용하여 세슘원자를 고진공 챔버에서 냉각 및 포획하고, 이 포획된 원자를 연직 상방향으로 쏘아올려 9.1926 GHz의 마이크로파와 상호작용하도록 한다. 2002년 현재 한국표준연구원의 실험실에서 관측한 램지 신호의 선폭은 약 1 Hz로서 10-15 수준의 정확도가 기대된다.
  역시, 궁극적으로 원자시계에의 응용을 염두에 두고 설립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광주파수제어 연구단’(단장 윤태현)은 주파수 안정화된 펨토초 모드록 레이저를 이용한 광주파수 합성이 일차적 목표이다. 연속발진 레이저의 주파수 안정화 기술의 발전과 원자와 이온의 레이저 냉각 및 포획 기술의 발전은 광주파수 표준기 연구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고 높은 광주파수(-500 THz)를 이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광시계(Optical Clock)의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광주파수 제어 연구단에서는 새로 탄생한 극초단 광주파수 측정학의 핵심 원리를 연구하게 되며, 이를 응용하여 다가오는 광 정보화 시대에 가장 근본(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광시계의 연구, 광주파수 제어 및 합성 기술의 연구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또한 빛과 원자와의 상호작용을 양자광학의 틀에서 이해하는 결맞는 양자 제어(Coherent Quantum Control)의 기초 연구를 수행할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양자광학기술개발팀’은 원자분광 상수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첨단 레이저 분광 실험을 주로 수행하는데, 산업적으로나 의료용, 학술용으로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란탄계열 원소들에 대한 동위원소 특성 상수들을 측정하고 있다. 측정된 원자분광자료들은 원자/분자/분광 데이터베이스(DB)인 AMODS (Atomic, Molecular, Optical Database Systems: http://amods.kaeri.re.kr)에 DB화 되고 있으며, 2002년 현재까지 구축된 DB들로서는 원자의 에너지 준위 및 천이확률에 관한 원자분광상수 DB, 동위원소 이동, 초미세구조 등의 동위원소 분광자료, 핵융합과 관련된 현상의 반응을 계산할 수 있는 ALADDIN DB 자료,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의 mirror DB자료, 일본 핵융합과학연구소 (NIFS)의 자동이온화준위 계산 결과 자료, 원자의 상대론적 구조를 실시간으로 계산하게 하는 MCDF 온라인 계산 DB등, 11개의 sub DB가 구축되어 있다.

국내 학술교류

  학회의 분과회가 학문발전에 기여하는 점은 개개인의 연구를 묶을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는 데에 있다. 원자 및 분자물리학분과회가 생기기 전에도 개개인의 연구는 있었고 소규모의 교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교류를 체계화, 정례화하여 정보교류와 공동연구를 증진하는 데는 분과회의 힘이 크며, 따라서 분과회 창설 후 크게 달라진 것들 중 하나는 국내, 국제교류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아직 분과의 역사가 미천하여 미흡한 점이 없지 않으나 내실 있는 교류활동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분과회의 주요 국내외 교류활동을 다음 두개항에 걸쳐 소개한다.
  한국물리학회 정례 학술발표회 이외에도, 격년으로 국내 원자 및 분자물리학 워크숍을 실시하여 오고 있다. 물리학회 춘, 추계 학술발표대회가 좋은 분과간 교류의 장이긴 하지만 여러 분과회가 모이다 보니 인적교류의 기회가 많아 자칫 차분한 학술교류의 자리가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보완하고 너무 자주 모여 회원에게 부담이 가는 것을 피해 2년에 한번씩 분과 회원들이 모이고 있다. 비록 3회의 역사밖에 되지 않지만 원자 및 분자물리학자들이 서로의 일을 알고 알리는 데 중요한 기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1회 분과회 워크숍은 1998년 9월 한국과학기술원에서, 2회는 2000년 5월 포항공과대학에서, 3회는 2002년 5월 오대산에서 있었다.
  원자력연구소 이종민(후에 광주과기원 교수)의 집념으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매년 개최되어온 레이저분광학 심포지엄은 2002년에 9회를 기록하였으며, 원자분광학과 레이저 등을 주제로 다루는데, 이 심포지엄에 필립스(William Phillips)를 비롯한 많은 국내외 광학, 원자 및 분자물리학자들이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고 그 질도 한 해가 다르게 향상되고 있다. 원자 및 분자물리학분과회는 매년 이 심포지엄을 후원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원자 및 분자물리학은 그 자체로서 기초학문인 동시에, 복합적인 상황의 분석, 모델링, 예측에 필수적인 기본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플라스마 물리학에서 방사선물리학, 화학, 생명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접학문 분야와 접목되어 새로운 기술개발을 가능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원자 및 분자물리학분과회는 어느 분과회보다도 학제적 발표가 많은 분과이고 다른 분과회원들의 참여도 점차 증가되는 바람직한 추세에 있다. 대표적인 예로, 화학자들과의 교류는 분과회창립 이전부터 시작되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분과회 정기학술대회나 워크숍 등에서 화학자들의 발표, 한불 물리화학세미나 참여, 분과운영위원에서 화학자 활동, 한국과학기술원의 우수연구센터(SRC)였던 분자과학센터에 원자 및 분자물리학분과회원들이 다수 참여했던 것 등이 그 좋은 예라고 하겠다.
  또, 원자력연구소 양자광학팀에서 운영하고 있는 원자데이터센터(이용주)는 원자분야가 원자 및 분자물리학자들에게는 물론 원자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타분야 학자들에게도 서비스하는 모범적 사례가 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플라스마 공정이나 핵융합과제처럼 원자 및 분자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연구나 산업이 국내에서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이런 수요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데이터의 생산자가 있어야 하고, 생산된 데이터를 정리하여 필요한 형태로 제공해 주는 데이터 센터가 있어야 한다. 주요 선진국은 목적에 적합한 여러 개의 데이터 센터를 국가기관이나 대학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생산되는 데이터는 분광학 실험이나 계산에 의해 생산되는 구조관련 데이터, 원자충돌 실험이나 이론에서 생산되는 각종 산란 단면적 데이터들이다. 국내의 경우, 전자는 원자력연구소 양자광학팀에서, 후자는 충남대학교(조혁, 정양수)에서 연구하고 있으나 좀 더 많은 국내연구팀이 생겨나야 할 것이다. 다행히 역사는 오래지 않으나 원자력연구소에 데이터센터가 운영되기 시작하였고, 자료가 축적되고 기능이 확대되면 더 좋은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국제교류

  분과회 창립후 첫번째 주요 국제교류 활동은 1996년 6월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TP) 개소 기념 국제 학술대회로서, 이 대회에서 BEC 특수주제 분과회와 원자·광학분과를 개최하여, 바로 전 해인 1995년 루비듐 원자로 BEC의 실험적 구현에 성공한 미국의 콜로라도대학 위만(Wiemann), R-행렬 계산으로 유명한 콜로라도대학 그린(Greene) 등 해외의 저명한 원자물리학자들을 초청하여 국내 학자들과 더불어 주제발표회를 가졌다.
  같은 해 10월에는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와 국내의 원자 및 분자물리학자 200여 명이 포항에 모인 가운데 제 3 회 아시아 원자 및 분자물리 국제학술회의(AISAMP III)를, 일본, 중국에 이어 우리가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여기서는 상대론적 원자 구조 정밀 계산과 전자와 원자 및 분자 충돌 이론의 대가인 미국 NIST의 김영기, 전자-이온 재결합 이론으로 유명한 한유갑(코네티컷대), 전자와 원자 또는 분자 충돌 실험의 권위자인 신동화(미시간대) 등 저명한 재미교포 원자 및 분자 물리학자들과, 위만, 장(Chang, 서던캘리포니아대), 프랫(Pratt, 피츠버그대), 대만 아카데미아 시니카(Academia Sinica)의 호(Ho)와 우왕(Huang), 중국 청화대의 리(Li), 일본 IMS의 나카무라 등 유럽, 미국, 아시아의 중견 학자들과 국내의 석성호, 김동언, 신석민, 이윤섭, 이동녕 등을 초청하여 강연과 논문발표회를 가졌다. 현재 AISAMP의 자문위원회 위원으로서 포항공대의 석성호와 김동언이 선임되어 활약하고 있다.
  1998년 4월에는 APCTP의 지원하에 미 테네시대의 마헥(Macek), 네브래스카대의 스타레이스(Starace), 이론 원자 및 분자물리연구소(ITAMP)의 배브(Babb),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학의 버크먼(Buckman), 볼드윈(Baldwin) 등과 인하대 김유항 등을 비롯한 국내학자들을 초청하여 한국물리학회 1998년 봄 정기학회와 연계하여 원자 및 분자물리학 국제강연회를 개최하였는데, 이는 원래 하버드대 부설 연구소로서 원자 및 분자물리학 연구에서 국제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ITAMP가 국내의 원자 및 분자물리학 연구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하여 APCTP-ITAMP 공동 개최를 제안한 것이었으나, ITAMP 사정으로 공동개최는 후일로 미루게 되었고, 경제위기 등 상황의 악화로 결국 실현되지 못하였다.
  1999년 10월에는 대한화학회의 물리화학분과와 더불어 한·불 화학물리 세미나를 공동 개최하였다. 이 모임은 원래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의 이윤섭과 프랑스에서 활약중인 정광희가 주축이 되어 물리화학을 중심으로 원자계에서 고체계까지를 토론하는 한·불교류의 장으로서 1997년 10월에 파리 근교 암-코튼연구소(Ame-Cotton Lab)에서 첫 만남을 가졌고, 2차 모임은 1999년 10월 대전에서 가졌다. 화학자와 원자 및 분자물리학자의 좋은 교류의 장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으로, 플라스마와 표면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은 과학과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응용성으로 인하여 이에 대한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코어유니버시티 프로그램(Core University Program)을 통하여 1998년도부터 한국-일본의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1998년부터 상호방문을 통하여, 각 분야에 대한 적합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학회를 양국에서 개최하였다. 원자 및 분자물리학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공동연구를 통하여, 물질-플라스마 상호작용, 분광학에 의한 플라스마 진단 등에 관계된 이론과 실험의 원자데이터를 구축하고, 월드와이드웹(WWW)을 통해서 한국과 일본의 과학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형태로 원자DB에 제공되도록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동안, 한국과 일본은 원자데이터를 공유하고 사용자들이 보다 쉽게 다룰 수 있는 형태로 개발할 것이다. 한국의 원자 및 분자물리학분과회에서는 김동언(포항공대)을 중심으로 약 10명의 분과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2005년까지 계속될 예정이고 경우에 따라 연장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분과회 및 그룹 규모의 국제교류 이외에도 많은 개인적 국제교류나 국제적 활약이 있다. 이 분과회원인 포항공대 이동녕, 신현준, 김동언의 플라스마 유도 레이저 개발이 Physics Today 1996년 10월호에 소개된 것을 비롯하여, 석성호는 최초로 정립한 충돌동역학에서의 베리(Berry)의 위상 이론 등으로 여러차례 국제 초청강연 등을 한 바 있다.

해외교포 원자 및 분자물리학자들의 기여

  원자 및 분자물리학 분야는 국내 인구가 많지 않아 국제교류가 어느 분야보다도 절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학자들에게 큰 도움을 준 사람들은 재외교포 원자 및 분자물리학자들이다. 특히, 이들 중에는 세계적 명성을 지닌 원로학자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국내에 원로학자가 적었던 원자 및 분자물리학분과회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들 중, 몇몇의 공로를 적으면 다음과 같다.
  김영기는 상대론적 원자구조 정밀계산과 전자와 원자 또는 분자충돌 이론의 대가로서 미국 NIST에서 활동하다 공식적으로 정년 퇴임하였으나 활발한 연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소 주최 레이저분광학 심포지엄에 자주 참석하여 좋은 발표를 하였을 뿐 아니라 국내 신진학도들에게 여러차례 원자물리 교육도 해주었다. 그 외에도 국내 원자 및 분자물리학자들과의 잦은 접촉을 통해 많은 조언과 지도를 주었다. 전자-이온 재결합 이론 및 충돌 이론으로 저명한 코네티컷대의 한유갑 역시 공식 은퇴하였고 국내학자들과 자주 접촉할 기회는 적었으나 해당분야 최고 전문가로서 국내 젊은 학자들에게 정신적 지표가 되었다. 전자와 원자 및 분자 충돌 실험의 권위자인 미시간대의 신동화는 1년간의 서울대 방문과 몇차례의 충남대 방문을 통해 국내의 전자충돌실험을 위해 많은 자문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광희는 프랑스에서 15년이 넘게 활동해온 분자물리학자이다. 분자물리와 양자화학을 전공하여 작은 분자의 고도 여기상태에서의 분광학적 성질, 유기금속결합, 그리고 금속원자를 포함한 원자 및 분자계의 광화학적 반응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최근에는 초저온원자 및 분자의 광결합 현상과 BEC를 연구하고 있다. 물리화학 분야에서 국내과학자와 프랑스 과학자 사이의 교류촉진 활동으로서 여러차례 한·불 인력교류를 주도하였고 매년 일시 귀국하여 공동연구와 학회참석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