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9월 1―5일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이론입자물리학자 이휘소를 회고하는 이휘소 기념국제소립자물리심포지엄(Seoul Symposium on Elementary Particle Physics in Memory of Benjamin W. Lee)이 서울대학교에서 개최되었다. 이 학술회의에는 살람(A. Salam), 레더먼(L.M. Lederman)을 비롯해서 국내외 유명물리학자들이 참여하여 한국물리학의 수준을 세계에 과시했다.
  1980년부터 한국물리학회는 이휘소의 업적을 계승하고 첨단 물리학의 토착화뿐만 아니라 한국물리학의 국제화를 위해서 한국과학재단의 후원을 얻어 매년 물리학강좌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이 강좌의 주제는 입자물리학에 한정하지 않고 넓게 물리학의 중요분야에서 첨단과제를 선정하여 활동적인 석학을 초청하여 개최했다. 이휘소기념 물리학강좌는 모두 4회에 걸쳐 열렸는데, 각 강좌 때마다 강의록을 만들어 참가자뿐만 아니라 세계의 관계연구기관과 연구자에게 배포하여 국제교류에도 이바지했다.

  제1회 이휘소기념 물리학 강좌는 한국물리학회의 주관으로 1980년 1월 28일부터 2월 1일까지 전문강의는 한국과학원에서, 일반강의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제1회 강좌의 초청연사는 노벨상 수상자인 양(C.N. Yang)이었으며, 고에너지산란 및 하드론의 형태, 자기단극자, 게이지 장, 올 다발(Fiber Bundle)에 관한 전문강연에는 251명 참석했으며, ‘우주의 기본 힘: 그 개념과 이해’라는 일반 강연에는 558명이 참석했다. 이 이휘소기념 물리학강좌에는 살람, 레더먼, 이상수 한국물리학회장, 김형기 한국과학재단 국제협력위원장이 국제자문위원을 맡았으며, 조직위원장은 과학원 조병하였다.
  1980년 10월 6일에서 9일까지 열렸던 제2회 이휘소기념 물리학강좌에서는 초전도 현상의 설명에 크게 공헌한 BCS(Bardeen-Cooper-Schrieffer)이론의 창안자이며 197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쿠퍼(Leon N. Cooper)가 초청되었다. 쿠퍼는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열린 전문강연에서는 저차원계, 상전이, 신경연결망 등에 관한 강연을 했으며,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물리학의 구조와 개념에 관해 일반인을 상대로 강연을 하였다. 제2회 강좌의 조직위원장은 서울대 권숙일이었으며, 전문강연에 219명, 일반강연에 600명이 참석하였다.
  1981년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한국과학기술원 학사부에서 열린 제3회 강좌에서는 레이저물리학에 많은 공헌을 한 스탠퍼드대학교의 지그먼(Anthony E. Siegman)이 초청되었다. 그는 레이저물리학에 대한 주제로 전문가들과 일반인을 상대로 강연을 했는데, 조직위원장은 고려대 노봉환이었다.
  1983년 7월 28일에 토프트(G. ‘tHooft: M.J.G. Veltman과 공동으로 2000년도 노벨물리학상 수상)를 초청하여 제4회이휘소 기념강좌를 끝으로 아쉽게도 이 기념강좌를 마감했지만 4회의 강좌를 통해 한국의 물리학 발전과 젊은 과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게 되었다.

이휘소

  이휘소(Benjamin W. Lee: 李輝昭, 1935 - 1977)는 1935년 서울 출생으로 경기중고등학교를 거쳐 고교 재학 중 검정고시에 합격하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화학공학과에 입학하였다. 육이오전쟁이 끝난 직후 1954년 도미하여 1956년 마이애미대학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1958년 피츠버그대학에서 이학석사를 하였으며, 1960년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이학박사를 취득하였다. 그후 프린스턴 고등연구원, 펜실베이니아대학, 뉴욕주립대(SUNY Stony Brook) 교수를 거쳐 1973년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의 이론부장에 취임하였다. 그후에 시카고대학의 교수도 겸임하였다. 소립자 물리학 이론가로서 1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고, 연구활동이 절정기를 이루어 세계적 주목을 크게 받고 있을 때인 1977년 6월 16일 향년 42세의 나이로 교통사고를 당하여 타계하였다.
  이휘소는 소립자 물리학에서 새로 전개되는 이론의 선두에서 고에너지 물리학을 향상 개척해 나아간 세계 정상급의 이론가였다. 1960년대에는 수학의 그룹이론(Group Theory)이 소립자간의 핵력과 같은 강한 상호작용 현상연구에 많이 응용되었는데, SU(6) 그룹을 이용하여 양성자, 중성자 같은 핵자의 자기모멘트 계산을 통하여 입자계의 대칭성을 보여주었다. 1960년대 후반에는 카이랄(chiral) 대칭과 흐름대수(current algebra)를 통하여 강입자들의 상호작용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데 세계적인 대가가 되었다. 이것은 곧 카이랄 역학으로 이어져서 대칭의 자발적 파괴연구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휘소의 가장 큰 학문적 업적은 1970년 초에 이룩한 게이지장론에서 재규격화(renormalization) 문제를 해결한 것과 맵시쿼크입자의 탐색에 관한 연구이다. 1960년대를 통해 전자기적 상호작용과 약한 상호작용을 통일적 원리에서 추구하는 이론들이 생겨났지만 약한 상호작용과 관련되는 게이지장의 재규격화가 커다란 걸림돌이 되었다. 이 문제는 1970년 초기에 이론적으로 해결되었는데 이휘소는 이 방면에서 가장 기여를 많이 한 5명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1970년대 초에는 K 중간자의 희귀 붕괴과정 연구에서 새로운 맵시(charm)입자가 예견되었다. 이휘소는 이 입자가 존재할 경우 이를 포함한 소립자들의 성질을 조사하고 이 입자를 어떻게 탐색할 수 있는가에 관해 다방면으로 가능성을 제시하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1974년 가을에 우연히 발견된 J /Ψ 소립자는 이휘소를 단순히 유명한 ‘이론가’에서 더욱 유명한 ‘현상론자’로 만들었다. 재규격화에 관한 그의 업적도 세계 정상급이었지만, 참입자 탐색에 관한 논문으로 그는 흔히 노벨상 수상 후보였다는 평을 많이 받았다.
  이휘소는 그의 학문적 업적 이외에도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실제로 커다란 기여를 했다. 1974년 미국 AID자금에 의한 서울대학교의 이공계 교육 진흥방안 계획을 적극 지원하였고, 이와 같은 차관에 의해 대학교육 기자재가 구입되어 1980년대 한국의 대학수준 향상에 큰 영향을 주었다. 또한 실험물리학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한국이 국제공동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지원을 많이 하였다.


 

 

 

 

 

 

 

 

 

 

 

 

 

 

 

 

 

 

 



















이휘소(1935~ 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