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 들어와서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거대과학 연구가 시작되었다. 물론 1960년대 초부터 시작된 원자력연구는 우리나라 거대과학 연구의 효시라 할 수 있지만 그동안 여러 관료적인 제약 때문에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다. 1990년대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추진된 거대과학 연구 계획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포항방사광가속기 건설 계획, “하나로” 이용연구단 활동, 제어핵융합 실험장치인 토카막 설치 계획 등을 들 수 있다.

포항방사광가속기의 건설

  포항방사광가속기의 건설에는 포항공대 김호길 학장과 박태준 포철 회장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 1987년 박태준은 포항제철의 창립 20주년인 1988년 4월 1일에 가속기 건설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가속기 건설에 관한 제안서를 조속히 이사회에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김호길은 대학 동기동창이며, 한국인 과학자로서는 유일하게 방사광가속기를 건설한 경험이 있는, 당시 세계 최대의 방사광가속기인 APS(Advanced Photon Source)의 건설을 총지휘하고 있던 아르곤국립연구소의 조양래에게 의뢰하여 1987년 8월 22일 포항방사광가속기에 대한 예비계획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가속기 건설 사업이 완료될 경우에 200 MeV의 선형가속기, 450 MeV의 양전자 선형가속기, 2 GeV의 부스터 싱크로트론 등을 갖추게 되어 있었다. 이 보고서가 바탕이 되어서 1987년 11월 17일 박태준에게 ‘방사광가속기사업 기본계획보고’가 제출되었는데, 이 당시 추정한 총 예산은 527억 6천만원이었다.
  1988년 4월 1일 가속기 추진본부가 발족되어 본부장에는 백덕현(포철 부사장), 부본부장에는 홍상복(이사)과 오세웅이 임명되었다. 당시에 포철은 가속기건설 예산을 739억으로 산정했다. 이어 1988년 5월에는 포항공대 부설 포항가속기연구소가 설립되어 오세웅이 초대 소장으로 임명되었다. 포항가속기연구소 연구원이자 가속기 건설 추진본부의 기술기획팀이었던 남궁원을 비롯한 교수들은 방사광가속기의 개념 설계를 시작했다. 1989년 2월 포항에서 제2차 해외자문회의가 개최되었는데, 이 회의를 계기로 해서 가속기의 입사장치가 부스터싱크로트론에서 2 GeV 선형가속기로 변경되었다. 1989년 봄부터 예비계획서를 토대로 자문회의에서 주요 제원이 결정됨에 따라 각 분야별로 소요예산이 파악되었는데 1400억원을 초과하였다. 가속기건설 예산이 2배로 뛰어넘자 1989년 박태준은 가속기건설 추진의 부분적 유보조치를 내리게 된다. 김호길은 과학기술처에 국가적 차원에서 정부의 재정지원을 요청했다. 이로써 방사광가속기 건설계획에 포항제철과 아울러 국가가 함께 참가하게 되었다. 가속기 건설 사업은 가속기연구소 소장 이동녕의 책임하에 재개되어 1991년 4월 1일 가속기의 착공식이 거행되었다. 그뒤 포항공대 교수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 1994년 12월 7일 포항방사광가속기 설비는 준공되었다. 1995년까지 계속된 시운전 때까지 소요된 총 비용은 1500억원이었는데, 포항제철 출연금 864억원, 정부 출연금 596억원, 이자수입 등 기타 수입 40억원이 건설에 충당되었다.
  1994년 12월 24일에 전자에너지 20억 전자볼트와 300 ㎃가 넘는 전류로 첫 운전에 성공함으로써 시운전목표를 초과 달성하였고, 1995년 9월부터는 국내외 이용자에게 빔라인을 개방해오고 있다. 또 2000년부터는 전자에너지를 25억 전자볼트로 운전을 했다. 2002년 현재 방사광가속기연구소에는 많은 분야의 실험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17기의 빔라인이 운전중이고, 8기의 빔라인이 건설중이다. 삽입장치 빔라인으로는 U7 언듈레이터 빔라인이 이용자들에게 개방되고 있고 EPU6와 U10 언듈레이터 빔라인이 완공되어 시운전중에 있다. 또한 추가로 7기의 삽입장치 빔라인의 건설이 계획되어 있다.
  이용자에게 방사광가속기를 개방한 이후부터 2001년까지 총1019과제를 수행하였고, 실험인원은 4197명으로 연평균 35%씩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1355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특히 포항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박테리아 SurE(정체상태생존)의 단백질 구조를 규명하여 진화적으로 보존되어 있는 SurE의 기능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었다. 또한 세계 최초로 방사광을 이용하여 4기가 D램용 회로 패턴 선폭 0.13 ㎛ 제작에 성공하여 초고집적회로의 제작이 가능하게 되었고, 초미세 X선 투시현미경 기술로 전기 도금시 기포 위의 금속증착 현상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여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네이처에 논문이 실리는 큰 성과들을 올렸다.

“하나로”이용 연구단

  방사광가속기 건설 계획이 세워지기 이전에 이미 원자력 연구 분야에서는 “하나로”라는 새로운 원자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었다. “하나로” (HANARO-High Flux Advanced Neutron Application Reactor의 약자)라는 명칭은 ‘유일’ 또는 ‘으뜸’ 이란 뜻으로 세계 유일의 원자로로서 고성능 연구로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1980년대 초 원자력발전 기술자립계획이 활발하게 추진되기 시작하면서 원자력산업 확대에 부응하는 산업구조의 선진화를 위한 첨단기술개발에 필수적 핵심연구시설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며 기존의 노후된 소규모 연구로 TRIGA III를 대체할 2000년대의 연구로 확보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1985년 정부 허가로 하나로의 건설사업이 착수되어 10년여에 걸친 건설과정을 마치고 1995년 2월 8일 첫 임계에 달성함으로써 우리나라 원자력 연구개발 역사에 커다란 획이 그어지게 되었다. 그것은 “하나로”가 우리나라의 원자력 초창기에 가지고 있던 TRIGA연구로의 경우와는 달리 성능면에서 매우 우수한 신형 연구로일 뿐만 아니라 원자로의 설계 건조가 우리의 기술주도로 건조되었으며, 원자로 건설기간 동안에 수많은 문제의 해결 및 귀중한 경험을 통해 연구로 기술축적을 상당히 이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나로 이용의 저변 확대와 활성화를 위해서 1999년 말 국내 산학연 연구자들이 하나로를 제도적이고, 공식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부의 “하나로 공동이용 활성화사업”에 의한 지원이 시작되었다. 2002년 현재 중성자 빔 이용 전문연구회가 장차 전국적 규모의 이용자 그룹(User’s Association) 형성을 목표로 구성되어 운영중에 있다. 하나로 공동이용 활성화사업 참여자 및 다양한 분야의 일반 이용자들이 하나로 중성자분광장치 이용 경험이 축적되면서 이용 연구의 질과 양 모두에서 상황은 급속히 개선되고 발전되었다. 2000.1.1 - 2002.9.30 사이의 이용실적은 이용건수 1157건, 시료 6054개, 측정횟수 8253회에 달했다.

KSTAR 계획

  포항방사광가속기와 “하나로” 이용연구단 이외에 우리나라에서 추진 중인 거대과학 연구계획으로는 제어핵융합개발인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한국의 태양”) 계획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핵융합 연구개발 사업은 1995년말 “국가 핵융합 연구개발위원회”에서 성안되어 정부의 승인을 거쳐 확정시행된 “국가 핵융합 연구개발 기본계획”의 첫단계로 선도기술개발사업(G7사업)으로 착수된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 개발사업”에서 시작되었다.
  국가 핵융합 연구개발 사업은 “국가 핵융합 연구개발 기본계획”에 정의된 대로 KSTAR장치로 이름지어진 차세대 초전도 토카막 장치의 개발·설치와 이 연구장치의 운영을 통한 핵융합 연구와 기술의 확보, 나아가 세계적인 핵융합로 개발에 동등한 자격으로의 참여 등을 중간목표로 하는 3단계 계획으로 수립되어 있으며, 핵융합 발전기술의 상용화시기까지 이 분야의 기술선진국으로서의 위치를 확립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이 KSTAR장치 개발사업은 핵융합로 개발에 필요한 국내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시킨 범국가적 사업으로 추진되어 1996년초 총괄주관기관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핵융합 연구개발 사업단’을 개설하고 각 분야별 전문성과 연구개발 실적을 바탕으로 한국원자력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 포항공과대학교, 삼성종합기술원 등이 주관 연구기관으로 선정되었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등 출연연구기관과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성균관대학교 등 대학,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포스콘 등 산업체를 포함하는 총 25개 기관 300여명의 연구기술 인력이 참여하는 사업으로 1998년 8월에 3개년간의 제1단계 사업이 장치의 기본설계 완성 및 기반기술 개발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였다.
  KSTAR의 제2단계 사업은 제1단계 사업의 실적평가와 향후 장치의 제작과 설치 등을 고려하여 6개월여에 걸친 국내외 평가회를 거쳐 1998년 9월 착수되어 2002년 6월 완료되었는데, 이 사업단계에서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을 총괄 주관기관으로 하여 한국원자력연구소, 삼성종합기술원, 포항공과대학교 등을 주관 연구기관으로 하고 국내의 많은 출연 연구기관, 학계, 산업계들이 참여하는 국가적 사업으로 수행되었고, 국제협력도 활발히 진행되어 미국 에너지부의 연구개발예산이 투입되고, 유럽연합 및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참여를 추진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국제공동연구 형태의 사업으로 발전했다.
  제2단계까지 선도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되어온 KSTAR사업은 2002년 6월부터는 과학기술부의 기초과학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장치의 제작과 설치 및 운영을 목표로 하는 제3단계 사업으로 착수되어 현재까지 사업 수행을 통해 장치의 상세설계를 완료하고, 설계된 장치를 제작, 시험하는 내용의 필수 기반 기술 및 제작기술 개발 완료를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KSTAR사업은 2004년말까지 2480억원(현재 환율로 약 2억달러)의 예산을 들여 완성하는 것으로 2001년 8월 국가 핵융합 연구개발 기본계획이 변경되어 추진중이며, 장치 개발사업과는 별도로 KSTAR장치의 설치와 전원, 헬륨 액화시설 등 특수설비의 건설을 위한 특수실험동 건설사업은 약 950억원이 투입되어 2002년 5월 건축 부문의 준공과 2004년 중 특수 설비의 완성을 예정하고 있다. 2004년말까지 연구장치의 개발이 완료되어 2005년 중 운영 목표가 달성되면, 현재 약 10년여에 걸친 최종설계와 기술개발을 마치고 2015년경 장치건설을 목표로 추진중인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 장치의 본격적인 운영 전까지, 세계에서 유일하게 초전도 기술을 적용한 세계최고 수준의 핵융합연구가 가능한 장치가 될 것이고, 세계적 국제공동연구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944년 12월7일 1500억원이 소요된 포항방사광 가속기가 단기간인 6년만에 준공되었다.

 

 

 

 

 

 

 

 

 

 

 

 

 


"하나로"는 착수 10년만인 1995년 2월8일 첫임계에 도달하였다.

 

 

 

 

 

 

 

 

 

 

 

 

 

 

 

 

 

 

 

 

 

 

 

 

 

KSTAR장치는 2004년 말까지 2480억원의 예산을 들여 완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