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은 한국물리학회가 창립 된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6.25전쟁으로 인하여 피난시절이었던 1952년에 부산으로 임시교사를 옮겼던 서울대학교(현 부산 동주여상 자리)에서 우리 학회가 창립되었다. 전쟁의 와중이라 모든 사람들의 생계가 어려웠고 혼돈과 무질서로 사회불안이 극심하던 와중에서 “과학만이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다”라는 최규남 초대 회장과 선배 회원들의 굳은 신념이 싹이 되어 학회를 출범시켜 이제 50주년을 맞게 되었으니 우리의 감회는 남다르다 하겠다.
  그 동안 학회는 여러 선배들의 피나는 노력과 공헌으로 일취월약하여 국내 굴지의 학회로 성장하였으니 그 발자취를 역사로 남겨 후손에게 물려주어 귀감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학회가 창립할 당시에는 불과 34명의 회원으로 출범하였으나 50년이 지난 올해 회원수는 200배가 증가한 7000여명에 이르러 국내 최대 학회중 하나로 자리 매김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학회에서는 2년 전부터 ‘5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였다. 무엇보다 가장 핵심적인 사업은 ‘한국물리학회 50년사 편찬사업’이었다. 이는 학회가 반세기에 걸쳐 성장해온 우리의 모습을 되새기면서 앞으로의 발전계획을 마련할 주춧돌을 쌓는 중차대한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물리학의 뿌리를 찾고 그 뿌리에서 자라난 가지들 그리고 활짝 피게 될 꽃 봉우리를 한눈으로 관망할 수 있도록 기록으로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또 물리학회는 50년사 편찬사업에 이어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금년 내내 이루어졌다. 학회의 창립총회가 열린 옛 서울대학교 자리에 표지석을 세워 우리나라 물리학회 발상지를 기렸으며, 4월 ‘과학의 달’에는 물리학자들이 모교 방문 강연을 통하여 많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와 과학의 중요성 그리고 과학의 역할을 홍보함으로써 과학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한 바 있다.
‘행성 축제’행사를 가져 천여 명의 학생들이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자리를 직접 망원경을 통하여 관찰하며 행성의 운행 원리를 설명해 줌으로서 우주에 대한 신비를 체험하게 하였다. 또 ‘놀이기구와 물리학’이란 행사에서는 학생들이 서울랜드에서 놀이기구를 재미있게 타면서 그 기구의 동작원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과학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였다. 그 외에도 여고 학생들의 ‘KPS-WISE 물리 캠프’,‘국제 우정의 밤’ 등 다양한 행사로 일년 내내 물리학이 우리 생활주변에서 활용되고 있음을 홍보하였다.
  학회 창립 50주년 기념 심포지엄도 다채롭게 구성되었다. 우선 ‘나노 과학 심포지엄’에는 2001년도 노벨 물리학 수상자인 Cornell교수를 비롯한 세계적 석학을 특별연사로 초청하여 이틀간 열렸으며 ‘물리교육 심포지엄’에서는 Cornell교수와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Herschbach교수가 특별 강연을 하였고, 일본 및 영국 물리학회장이 자국의 물리교육 현황에 대하여 발표하고 그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있어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물리교육의 장래를 설계하는데 큰 참고가 되었다. 또 ‘광과학 심포지엄’도 역시 성황리에 끝냈다. 또 한국물리학회장 주관으로 기념식에 참석한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물리학회장을 모시고 ‘국제 좌담회’를 통하여 21세기 물리학의 방향과 각국 학회의 대정부 역할 등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의 기회를 갖게 된 것도 큰 성과였다.
위에 열거한 여러 행사는 한 해 동안에 걸쳐 이루어질 수 있었으나 50년사 편찬 작업은 편집 계획에서부터 편집방향, 자료수집, 각종 통계 및 집필의뢰까지를 포함하여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념행사와는 달리 2년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였다. 이러한 방대한 작업을 추진할 수 있는 책임자를 비롯한 편집위원 구성도 큰 과제중의 하나였다. 다행히 우리는 그 최적임자로 최덕인 전회장을 편집위원장으로 추대하였고 편집위원으로 김민곤, 김인묵, 김정홍, 민동필, 임경순, 장민수, 황정남 회원을 추천하였다. 편집위원장은 위원들과 더불어 2년 동안 치밀한 계획아래 저돌적 추진력으로 편집에 심혈을 기울여 편찬사가 완성되는데 결정적 공헌을 하였다. 편찬사의 매 쪽 마다 그들의 땀이 서려 있음을 우리 모든 회원들은 감사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한국물리학의 뿌리를 밝히기 위하여 전체사를 집필한 임경순 편집위원의 과학사적 접근은 역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편찬 내용의 최종 점검을 위하여 최덕인 편집위원장을 비롯하여 김민곤, 김정홍 편집위원과 정원근 사무국장 및 홍완숙 과장이 수차례의 합숙까지 하는 노고가 없었다면 50년사가 출판될 수 없었음을 부연해 둔다.
  이제 한국물리학회 50년의 발자취를 근간으로 앞으로의 학회 발전 계획과 추진 계획이 공론화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국제무대에서 정상급 학회로 부상할 수 있도록 모든 회원이 힘을 결집시켜 나아가기를 50년사 발간에 즈음하여 간곡히 당부하고자 한다.

한국물리학회 창립 5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 권 숙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