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방사광가속기

  개요 포항방사광가속기(Pohang Light Source :PLS)는 전자를 높은 에너지로 가속시켜 방사광 즉, 빛을 만들어내는 장치이다. 이 방사광은 레이저와 같이 잘 퍼지지 않는 강력한 빛으로 우리 눈에 보이는 빛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이나 X선과 같은 빛도 함께 존재하여 실험의 특성에 따라 필요한 파장대의 빛을 선택하여 이를 물질에 쪼여 여러가지 실험을 하게 된다.
  방사광가속기의 역사는 입자물리실험을 위해 사용되는 충돌형 가속기에서 시작되었다. 입자 충돌 실험을 위해 가속된 하전입자에서 발생되는 방사광을 충돌형 가속기의 보조 시설로 이용하였는데 이러한 가속기를 제1세대 방사광가속기라고 한다. 그 이후 방사광의 유용성이 인식되면서 방사광을 발생시킬 목적으로 가속기를 건설하여 동시에 많은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한 방사광가속기가 제2세대이다. 제3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저장되어 있는 전자의 에미턴스(전자빔의 질을 나타내는 파라미터)가 작고 방사광의 발생에 삽입장치를 이용하는 것으로 제2세대와 구별된다. 작은 에미턴스란 저장링에서 회전하고 있는 전자빔의 단면적과 발산각이 동시에 작은 것을 뜻한다. 방사광의 밝기는 에미턴스가 작은 값을 가질수록 커지기 때문에 제3세대 방사광가속기 저장링은 에미턴스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설계되었다. 포항방사광가속기는 최첨단인 제 3세대형 방사광가속기로서 특히 X선 영역에서 일반적인 X선 장치에 비하여 빛의 강도는 백만배에서 수억배나 강력하다.
  2002년 현재 전세계적으로 방사광가속기는 1세대, 2세대를 합쳐 수십개가 있으며, 그중 제3세대 가속기는 10개가 가동되고 있다. 제3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 이탈리아 등 선진국들로서, 이 대열에 포항방사광가속기가 5번째로 합류하여 1995년부터 이용자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이것은 “20세기 한국과학사의 톱 10”에 선정될 정도로 한국과학사에 한 획을 긋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게 하는 큰 업적이라 할 수 있다.
  포항방사광가속기는 1988년 박태준 포철(POSCO) 전회장과 포항공대 고 김호길 전총장이 포항방사광가속기(Pohang Light Source) 건설 프로젝트를 창안하여 전체 건설비(약 1500억원)의 60%를 POSCO가 부담하였고, 나머지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건설되었다. 1994년 12월 24일에 전자에너지 20억 전자볼트와 300 ㎃가 넘는 전류로 첫 운전에 성공함으로써 시운전목표를 초과 달성하였고 1995년 9월부터는 국내 및 해외 이용자에게 빔타임을 개방하여 지원해오고 있다. 또 2000년부터는 전자에너지를 25억 전자볼트로 운전을 하고 있다. 2002년 현재 PLS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국가공동 거대연구시설로서 공개과제에 대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포항방사광가속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거대과학”(Big Science)의 출현이다. 우리나라 역사 이래 단일 프로젝트로는 규모가 가장 큰 포항방사광가속기를 완공하여 운영함으로써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포항방사광가속기가 과학의 메카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포항방사광가속기의 장치구성

  7년간의 건설기간을 통하여 1994년 12월에 탄생한 포항방사광가속기는 21세기 한국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중요한 첨단 연구시설로 전체 부지는 66만 제곱미터로 이중에서 조성된 부지는 11만 제곱미터이다. 이를 축구경기장으로 비교하자면 경기장 약 20개 정도의 크기에 해당하며 3만9000제곱미터의 8개동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포항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25억 전자볼트(2.5GeV)로 가속시키는 직선길이 160미터의 선형가속기와 원주길이 450미터의 원형 저장링은 전자를 원형으로 회전시키면서 방사광을 발생시키며, 방사광을 실험 목적에 맞도록 방사광의 성질을 조절하여 실험장치까지 전달해 주는 빔라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빔라인은 사용하는 에너지의 영역에 따라 크게는 자외선과 X선의 빔라인으로 나눌 수 있다. 자외선 빔라인에서는 주로 기체상태의 물질의 구조나 고체 표면에서의 물질의 구조, 화학적 결합구조, 자기적 성질 등에 관한 실험들이 가능하다. 한편, X선 빔라인에서는 주로 물질의 내부 결정 구조, 결정 결함, 원자 배열 등에 대한 실험을 수행할 수 있다. 실험장치에는 실험목적에 맞도록 시편을 조정해주는 시편 고정대와 방사광이 시편에 입사된 후 방출되는 자외선, X선 혹은 전자를 검출해 주는 검출기가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방사광 실험을 위해서 다양한 광학장치가 구성되어 있는데 방사광을 집속하는 반사거울, 방사광을 선택하는 단색화 장치, 방사광 크기를 조절하는 슬릿, 방사광의 모양을 관찰하는 진단장치 등이 설치되어 있다.
  표(733쪽 표 참조)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재 많은 분야의 실험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17기의 빔라인이 운전중이고 8기의 빔라인이 건설중에 있다. 삽입장치 빔라인으로는 U7 언듈레이터 빔라인이 이용자들에게 개방되고 있고 EPU6와 U10 언듈레이터 빔라인이 완공되어 시운전중에 있다. 또한 추가로 7기의 삽입장치 빔라인의 건설이 계획되어 있다.


방사광은 어디에 이용되는가?

  빛은 자연의 신비를 밝히는 과학의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먼 은하계로부터 세포, 분자, 원자의 세계까지 즉, 우주를 볼 수 있는 열쇠이다. 방사광은 자외선 영역부터 X선 영역에 이르는 넓은 파장 대역의 스펙트럼을 가지며 높은 강도, 낮은 발산각, 편광성, 펄스형 시간 구조 등의 기존의 X선원으로는 가질 수 없는 많은 장점을 가진다. 이러한 많은 장점 때문에 생명공학, 화학, 물리, 의학 등 여러 기초과학 분야에서 방사광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포항 방사광가속기는 주로 자외선에서부터 X선 영역의 빛을 만들도록 설계되었는데,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빛은 아주 유용하다. X선은 가시광선으로는 투과할 수 없는 물질을 투과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병원에서 사용하는 X선은 가시광선으로는 투과할 수 없는 피부나 근육을 투과하여 뼈의 형상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X선은 기존의 진공관형 X선원으로도 만들 수 있는데 방사광은 기존의 X선원보다 높은 강도와 낮은 발산각을 갖는다. 낮은 발산각이라는 것은 발생시킨 X선이 퍼지지 않고 진행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X선을 집속하는 데 유리하다. 이러한 성질은 X선 실험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아주 작은 대상을 관찰할 수 있어 나노(Nano) 물질이나 근육의 미세한 진동을 동영상으로 높은 해상도를 가지고 촬영할 수 있게 해준다.
  포항 방사광은 10 - 7- 10 - 10 미터의 파장영역을 갖는다. 이 영역의 빛으로는 고체의 원자구조, 분자 및 중요한 생물학적 구조를 탐구할 수 있다. 원자, 분자와 단백질의 크기뿐만 아니라 화학결합의 길이와 결정의 원자면 사이의 최소거리가 이 영역에 속한다.
  광자에너지로는 10 - 1만 전자볼트 (1전자볼트는 전자 한 개를 1볼트만큼 가속시키는데 드는 에너지)이다. 이 에너지 영역은 원자, 분자, 고체, 그리고 생물학계에 있는 많은 전자들의 결합에너지를 포함한다. 그래서 원자에 의해 흡수될 때 한 개의 광자는 원자로부터 한 개의 전자를 분리시키거나 다른 광자를 방출한다. 이러한 전자나 광자를 검출하여 분석함으로써 시료의 성질을 관찰하게 된다. 방사광의 활용 및 연구분야를 구체적으로 나타내면 다음의 표와 같다.


포항방사광가속기 이용실적

  경부고속도로가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방사광가속기는 과학발전에 있어서 고속도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인프라로서 20세기 후반, 방사광가속기의 개발에 따른 강력한 방사광의 출현은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데 획기적인 발전과 함께 과학기술의 전분야에서 커다란 변화를 창출해냈다. 2002년에 이르러 특별히 뜨거운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BT(바이오기술) 및 NT(나노기술)분야에 있어서도 방사광가속기는 필수적인 기반시설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현재 세계적으로 10기의 제 3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운영되고 있으나 추가로 6기의 가속기가 세계 각처에서 건설되고 있다.
  우선 포항방사광가속기의 BT 분야의 실적을 살펴보면 박테리아 SurE(정체상태생존)의 단백질 구조를 규명하여 진화적으로 보존되어 있는 SurE의 기능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었다. 또한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증식에 필수적인 효소인 RNA 헬리케이스의 분자구조를 세계최초로 규명하여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리고 위 점막에 생존하여 위염이나 위 십이지장궤양, 위암 등을 유발하는 원인 균인 헬리고박터(Helicobacter Pylori)의 요소 분해효소의 구조를 세계최초로 규명하여 위의 산성조건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반응기작(Mechanism)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구조연구를 토대로 새로운 항균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제약업계의 신약개발, 기술력의 증진과 관련분야에 국제적인 우위를 확보하게 되었다. 그리고 모기, 애벌레, 초파리는 물론 실험용 쥐의 내부 생체 미세조직을 마이크로단위로 동영상을 촬영하는 데 성공하여 의학분야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또한, 방사광을 이용한 초미세 가공기술로 마이크로단위의 톱니바퀴(두께 130㎛, 지름 200 ㎛)의 제작에 성공하여 깨알보다 훨씬 작은 미세 로봇이 인체에 들어가 환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진단과 수술을 대신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될 것을 암시해주고 있다. 세계 최초로 방사광을 이용하여 4기가 D램용 회로 패턴 선폭 0.13 ㎛ 제작에 성공하여 초고집적회로의 제작이 가능하게 되었고, 초미세 X선 투시현미경 기술로 전기 도금시 기포 위의 금속증착 현상을 세계최초로 규명하여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좥네이처좦에 논문이 실리는 큰 성과를 달성하였다.
  산업체에서도 방사광을 이용하여 기업의 수익창출에 큰 기여를 했던 사례도 있다. 국내기업에서 생산되어 전량 수출되고 있는 광통신 소자의 불량원인을 X선 현미경을 이용하여 비파괴검사 방법으로 반도체 소자의 불량률을 70%에서 10%로 낮추었다. 이용자에게 방사광가속기를 개방한 이후부터 2001년까지 총1019과제를 수행하였고, 실험인원은 4197명으로 연평균 35%씩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1355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또한 최근 4년간 SCI 인용도가 편당 2.1로 의과대학을 제외한 국내 연구기관 중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맺는말

  포항방사광가속기는 2008년까지 전략적으로 세계 연구동향 및 국가과학기술 발전 방향에 부합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최종 40기의 빔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선진국의 빔라인 증설 동향에 맞추어 이용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에 있는 단백질 분석, X선영상을 활용한 BT분야와 NT분야의 연구를 위한 삽입장치 빔라인의 조기건설을 추진하여 빔라인의 수를 강화함으로써 우수한 연구성과의 창출을 위한 충분한 빔 타임을 제공하도록 빔라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미국, 일본, 독일, 대만, 중국, 프랑스 등의 세계적으로 유수한 가속기 연구소와 국제협력과 교류를 확대하여 국제협력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국내 타 연구소와의 연구 협력 활동도 강화하여 가속기에서 획득한 기술을 타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보다 안정된 운전환경 조성과 빔라인의 추가증설로 이용자들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또한 가속기의 합리적인 운영과 지속적인 개선, 빔라인의 증설과 효율적인 운영 등을 통해서 국내 과학기술계는 물론, 많은 국·내외 이용자들에게 철저히 봉사할 수 있는 연구소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포항방사광가속기는 이러한 발전전략을 가지고 방사광 과학분야에서 세계의 중심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소가 되도록 할 것이며 독창적인 연구결과와 연구의 탁월성을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


 

 

 

 

 

 

 

 

 

 

 

 

 

 

 

 

 

 

 

 

 



7년간 1500억원을 들여 1994년 12월에 포항방사가속기가 탄생하다.

 

 

 

 

포항방사가속기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