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자물리학분과회는 21세기 들어서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하리라고 보여진다. 그 발전이란 인적 자원의 증대, 연구 업적의 성장, 국내외적으로 이 분야의 비중의 확대 등을 말한다. 입자물리학을 전공하려는 대학원생들의 수는 느리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실험분야에는 전공하려는 대학원생들이 많이 모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전반적인 대학원의 위축, 더구나 기초학문을 외면하는 사회적 추세에 비추어 이례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연구인력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연구업적도 괄목할 정도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한 이론분야는 말할 필요도 없고 실험분야도 그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는 한국측 연구진들이 세계유수의 연구진들과 제휴공동연구(collaboration)를 구축하여 연구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SLAC이나 페르미연구소, 일본의 KEK나 RIKEN, 유럽의 DESY나 CERN에서 수행하고 있는 많은 입자물리실험에 한국측 연구진들이 포진해 있는 것은 2000년에 이르러서는 흔한 일이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입자물리실험에서 한국측 연구진의 협조가 필수적이고 불가결한 형편이라고 하니 지난 사반세기 동안 우리나라의 입자물리실험은 비약적 발전을 이루었다. 이리하여 적어도 우리나라의 입자물리학 분야는 세계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세력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물리학의 다른 분야에서는 실력의 향상과 함께 연구기반시설이 동반 성장하고 있는데 반하여 입자물리학분야는 연구기반시설이 낙후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낙후되어 있다기보다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포항공대에 포항가속기가 건설되어 있지만 입자물리학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것은 에너지 영역도 낮을 뿐더러 그 용도도 방사광 이용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입자물리학실험을 위한 가속기 내지 입자충돌장치가 국내에 없는 것이다. 이 까닭에 우리나라의 입자물리학계는 기형적으로 이론이 강한 반면 실험은 외국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내에서 열심히 실험에 매진하는 사람들도 국외의 시설을 이용하다 보니 국제무대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제몫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바라건대 진정한 의미의 가속기 내지 입자충돌장치가 국내에서도 건설된다면 우리나라의 입자물리학계는 그 학문적 발전에 날개를 다는 셈이 될 것이다.
  여기서 진정한 의미의 가속기 내지 입자충돌장치가 국내에서도 건설된다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단독으로 어엿한 가속기 내지 입자충돌장치를 독자적으로 한국 땅위에 건설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입자물리학 분야의 연구시설은 계획에서부터 가동까지 약 10년이 걸리며, 건설하는 데만 5년이 소요되는 대규모 연구시설이다. 스위스의 제네바 근교에 있는 CERN에서 건설하고 있는 LHC (거대 양성자 충돌장치)는 유럽 각국이 공동으로 그 건설에 투자하고 있으며, 물론 공동으로 사용할 것이다. 2002년 11월부터 기존의 LEP (거대 전자 양전자 충돌장치) 시설을 철거하고 2005년에 준공하는 LHC에는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주축이 되고 있다. 그리고 LHC에 필적할 만한 하고 상호견제 보완적인 LC (선형 충돌장치)를 전세계적 규모로, 또는 적어도 OECD 가입국이 주축이 되어, 건설하자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고에너지 물리학 분야는 파급효과도 크고 핵심기술에 속한다. 또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선진국에서 주도적으로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공동계획 및 공동건설을 제안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아주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포항가속기를 생각하면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포항가속기의 빔을 이용하여 연구를 수행하지만 그들이 포항가속기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포항가속기의 건설 및 운용에 관한 기술 없이도 포항가속기를 이용할 수는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파급효과인 것이다.
  2002년 현재 제안되고 있는 선형 충돌장치 건설에의 참여는 핵심기술의 보유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건설 후에 그 시설을 이용하여 우리가 연구를 수행할 때에도 주도적으로 당당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국가적 발언권의 강화 내지 지위 향상에도 엄청난 플러스가 될 것이다. 건설에서부터 관리 운영 및 실험 수행에 우리나라의 연구인력이 참여할 수 있다면 그 선형 충돌장치가 실제 어느 국가의 땅위에 지어지든,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우리의 가속기 내지 입자충돌장치의 건설이 되는 것이다.
  선형 충돌장치 건설에 참여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에 걸맞는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그 이상 확보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할 만하다. 왜냐하면,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 등이 지분참여를 고려할 때 각각 서로 견제하면서도 전체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바라고 있었다. 미국은 50% 이상 참여하여 세계의 지도력을 유지하려 하며, 유럽연합은 나름대로 미국에 대응하고자 부심하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의 구심력 역할을 담당하려는 의도에서 일정한 지분으로 참여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들 사이에서 하나의 지렛대 역할을 하면서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2002년으로부터 십년 또는 이십년 뒤에는 우리나라가 건설한 입자충돌장치를 이용하여 입자물리학 연구가 진행되리라는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