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과회 창립 전후의 어려웠던 여건을 어느 정도 벗고, 원자 및 분자물리학분과회는 최근의 폭발적 발전을 국내에 소개하고 토론하는 장으로서의 소임을 짧은 기간에 성공적으로, 그러나 작은 규모와 짧은 연륜 때문에 얼마간은 버겁고 숨가쁘게 해왔다. 이러한 분과회의 기여 덕분에,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레이저분광학, 플라스마, 방사광가속기, 원자광학, 양자정보학 등의 활성화로 국내 원자 및 분자물리학 인구가 증대되어 분과회에 거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제 과학과 기술은 원자나 분자를 하나하나 다루고 이들을 조합하는 수준으로 발전해 있다. 생명과학과 공학, 나노기술, 분자전자공학, 양자정보학 등 현재 관심을 받고 있는 모든 분야들이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면 그 구성요소(building block)가 되는 원자 및 분자의 구조와 이들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라 하겠다. 이러한 학문적 상황에서, 물리학회 창립 50주년을 맞고 설립 10주년을 넘긴 분과회의 미래와 안고 있는 숙제를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학제간 교류 확대

  서두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원자 및 분자물리학은 가장 중요한 기초과학의 한 분야이면서 동시에 응집물질을 포함한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이 원자 및 분자로 이루어진 만큼 원자 및 분자물리학은 많은 응용과학과 공학 및 첨단 과학기술의 근간이 되는 학문적 위상을 지니고 있다. 2001년 들어 우리 정부를 위시해 각 나라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나노기술은 물리학, 화학, 전자, 재료공학자들이 원자 및 분자 하나하나를 조작해 보겠다는 것이다. 2001년 초, 한개의 분자로 다른 하나의 분자를 끌고와 분자수준의 화학반응을 일으킨 실험이 Physical Review Letters에 보고되었다. 물리학자들이 이야기하던 트랜지스터를 이제는 화학자들은 한개 분자로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은 원자와 분자이다.
  원자 및 분자 물리학분과회는 창립 이후, 분과회에서 발표되는 주제가 다양해지고 다른 분야 학자들이 원자 및 분자 물리학 분야에서 학술발표를 하는 경향이 커져 그 학제적 성격이 점점더 강화되고 있다. 이제 분과회는 작은 성공을 거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규모와 연륜의 제약을 벗어나 보다 능동적으로 한국물리학회를 통한 인접분야와의 교류확대, 더 나아가서는 화학, 생명과학 등과의 교류를 확대해나가야 할 소명을 지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각 원자 및 분자물리학자가 더욱 연구에 매진하고 인적 교류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며, 분과회는 대소 규모의 학술적 모임, 분과 회원의 연구지원을 위한 여러 지원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학문 후속세대를 위한 분과회의 역할

  원자 및 분자물리학이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은 위상을 지니고 있고, 여러 분야에서 원자 및 분자물리학 지식을 필요로 한다면, 학문 후속 세대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갖추게 하는 것 역시 원자 및 분자물리학자와 분과회의 소임이다. 국내에서의 원자 및 분자물리학의 현위상은 그대로 대학교육에 반영되어 대부분의 대학 물리학과에서 원자 및 분자물리학 강의는 개설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비록 대학원이나 사회에서 직접 원자 및 분자물리학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예를 들어 반도체 플라스마 공정에 종사하게 되면 곧바로 원자 및 분자에 대한 수많은 지식이 필요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현대물리학 강의에서 배운 것이 원자 및 분자물리학의 전부라고 생각한 졸업생들은 이런 경우에 새롭게 원자 및 분자물리학을 스스로 깨우치거나 기초원리를 무시한 채 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분과회 차원의 원자 및 분자물리 교육 강화책을 마련하고, 필요한 교과과정의 모형을 제시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우수한 교재를 집필하는 사업까지를 검토하는 것이 숙제라 하겠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Science)는 “새 시대의 물리학 (Physics in a new era)”이라는 제목으로 21세기 초에 중요한 연구내용과 교육방향 등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네가지 중요한 연구내용을 지목했는데, 그중에는 “양자조작과 신물질(quantum manipulation and new materials)” 및 “기본 법칙과 대칭성 (fundamental laws and symmetries)”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원자 및 분자물리학의 중요한 연구대상으로서 새 시대에 있어서 원자 및 분자물리학의 중요성을 나타내 주며, 이는 원자 및 분자 물리학자나 원자 및 분자물리학분과회의 역할이 증대되어야함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