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천체물리학분과 소사를 준비하기 위하여 2001년 7월 27일 강화도 학사재에서 개최한 좌담회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좌담회 전문은 천체물리학분과회 홈페이지의 자료실에서 찾아볼 수 있도록 하였다). 좌담회에는 김영덕, 김정욱, 박창범, 양종만, 이철훈이 참석하였다. 발췌한 내용에는 천체물리학 분야의 정의에 관한 견해, 대형 망원경과 우주선을 이용한 천체관측과 실험 참여 방안, 관련 분과회와 학회와의 협조, 발전방향 등이 담겨있다.

천체물리학 분야에 대한 견해

  입자물리나 상대론에 기반을 둔 천체물리학을 천문학에서는 초기우주(early universe)와 compact object를 다루는 두 이론천문학 분야라고 간주한다. 역사적으로 약 1950년대 이후 천체물리는 굉장히 다양한 분야를 가지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당시 주로 플라스마물리학을 응용한 태양물리와 성간물질이 있었는데, 성간물질 자체나 별의 생성을 다루었다. 태양과 별의 내부 구조 분야가 중요한 분야였고, 다른 중요한 천체물리 분야로 동학 분야가 있었다. 그러니까 별체계(stellar system)라고 하는데, 성단이나 은하나 은하단들을 입자들의 집단으로 보고 그런 시스템들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다루는데, 거기에 우주론도 들어간다. 1980년대는 천문학이 우리 은하, 별에서 더 나아가서, 주변의 다른 은하나 우주론 쪽으로 전환된 시대였다. 1990년대 초반에 입자물리에서 일자리나 연구주제가 굉장히 벽에 부딪혀서 물리학자들이 새로운 연구분야의 활로로 찾은 것이 바로 초기우주였다. 천문학 관점에서 보면 물리학계에서는 입자물리나 일반상대론을 초기우주나 고중력천체에 적용한 분야에 천체물리의 분야를 한정한다.
  이 점에 관하여 견해가 다른 이도 있다. 천문학에서 천체물리라고 부르는 분야를 물리학 관점에서 보면 천문학이지 천체물리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입자물리에서 말하는 천체물리와 천문학에서 말하는 천체물리는 다르다. 과거에는 근본적으로 두 분야 내용이 달랐는데, 천문학 하는 사람들이 천체물리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가 보기에는 physical astronomy이고.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천문학(astronomy)인데 물리(physics)를 많이 쓴 것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 천문학계에서 사용한 용어를 물리 하는 사람들은 물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런 분야는 연구하지 않았다. 박창범은 한스 베테같은 핵물리 학자가 한 연구도 천문학에서는 천체물리라고 부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정욱은 물리학자라고 불렀지 천체물리학자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천문학에서 다루고 싶어하는 천체물리에 비해 물리학자들이 말하는 천체물리 분야가 너무 협소하여 참석하기 힘들지만, 천문학자들이 천체물리학회나 관련학회에서 발표하고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하여 박창범은 어려운 사례를 들었다. 학회에 갔는데 재미있는 발표는 없고, 자기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 관련된 발표도 하나도 없을 때는 자기 논문만 발표하고 만다. 그리고 천체물리 커뮤니티를 키우는 방안으로 입자물리 하는 사람들 중 초기우주나 우주론에 관계된 사람과 천문학자를 많이 포섭하는 점을 제안하였다. 항성진화라든가 그런 것도 다 크게 보면 천체물리이므로 물리학회에 많이 영입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한다. 한 사람이 학자로서 천문학회에도 속하고 물리학회에도 속해서 활동하는 것은 아주 유익한 일이라는 의견을 내었다.

대형 천체관측과 실험 참여

  국내 관측천문학의 역사는 광학천문학의 경우 20년 (연구용 소백산 망원경) 정도이다. 보현산 망원경은 10년이 채 안되었고, 전파 망원경은 15년 정도 되었다. 이점에서 관측천문학의 역사가 좀 짧다고도 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관측천문학자들은 기존 천문대 시설 사용에 친숙한 사람들이다. 국내에서는 망원경과 검출기 제작 과정을 모른 채 관측된 거친데이터(raw data)를 분석·통계 처리하는 사람을 관측천문학자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기기 제작의 필요성을 절감하였고 교수진도 기기 분야로 충원하였고, 1990년대 초반부터 학생들을 이 분야에 유학보내기 시작했다.
  천문학에 남아있는 토픽들은 대부분 여러 국가들이 참여해야하는 대규모, 비싼 프로젝트들뿐이다.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거나, 많은 시간 관측을 해야하는 종류의 프로젝트가 아니면 대형 망원경이나 인공위성이 필요한 일들이다. 적은 투자로 좋은 관측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나버린 감이 있다.
  이 점에 대하여 과거에는 규모가 작더라도 자기 망원경을 가지고 관측을 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시대는 지났다. 한국에서 큰 망원경을 만든다면 몇미터짜리를 만들겠는가. 실제로 그런 일은 불가능하고 혹 만든다해도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가능한 방법은 고에너지물리학 같이 어느 큰 국제적인 프로젝트의 팀 멤버로 들어가서 일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천문학도 천체물리학도, 완전히 캐릭터가 달라져야 한다.
  만약 정부기관에서도 그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면 학회에서도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공동으로 논의를 하고 정부 상대로 연구비를 받을 때 어떻게 잘 만들어서 제시할 것인가 하는 노력을 해야한다. 이런 의미에서도 학회를 잘 운영하여 수시로 논의를 하고 연결하는 채널이 분과회를 중심으로 잘 가동되어야 할 것이다.
  천체물리학 분야와 관련되는 큰 연구들을 살펴보면 자외선 망원경으로 창의과제를 하고 있고, 2001에 경북대에서 SRC가 선정되어 김수봉이 중성미자 실험을 하고, 양종만-손동철이 국제우주정거장의 AMS 천체물리실험으로 반물질과 우주선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외에도 1997년에 생겼다가 1999년에 중단된 하늘 프로젝트라는 천체물리 대형 프로젝트가 있었다. 그 외에 김선기가 암흑물질에 관한 창의과제 연구를 하고 있다. 박창범은 서울대 천문학과에서 참여하는 Astro-F 과제를 언급하였다. 일본우주과학연구소(ISAS)에서 하는 것으로 주목적은 적외선원 탐사 관측이다. 서울대와 공식적으로 같이 하게 되어 있는데, 재정적 투자는 일본에서 하고 서울대는 인력 지원을 하고 있다.

관련 분과회 및 학회와의 협력

  양종만은 천체물리학분과회와 다른 학회나 기관과의 관계, 또는 물리학회 내의 다른 분과회들과의 관계 등 협력 문제에 대해 논의를 제안하였다. 천체물리학분과회는 활동 범위를 넓히기 위해 많은 사업을 유치하였다. 아태이론물리센터(APCTP)의 개괄적인 프로그램이나 회의에 적극 참여하여 운영 등의 일에 이철훈과 양종만이 노력하였다. 분과 차원은 아니지만 KIAS에서 하는 회의에도 많은 분과회 회원이 참여하였고, IAU, 그로스만 미팅, 서울대 CTP 등에도 많은 회원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였다. 여기에는 핵물리학분과회나 입자물리학분과회에서도 활동한 분들이 있었다. 천문학회와 우주과학회 등 관련 학회하고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천문학 쪽에서 천체물리 하는 이들의 분야가 다양하므로 천문학에서 다른 분야에 비해 응집력이 조금 떨어지는 점은 물리학회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천체물리라는 것이 어떤 물리학의 적용이라는 성격일 뿐, 연구 대상이 천체나 특정 물리학 분야라는 통일성이 없다. 물리학계에서 통용하는 천체물리는 입자물리/상대론이란 방법과 초기우주/고중력 천체라는 연구대상이 통일되어 있어서 별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천문학 전반에서 봤을 때 천체물리는 여러 분야를 다 지칭하게 되어 어떤 특정 분야를 이야기하는 단어가 아니다. 서로 다양성을 인정하여 천문학자들이 물리학자들의 천체물리학을 초기우주로만 인식하고, 물리학자들이 천문학자들의 천체물리학을 천문학으로만 인식하는 상황을 조금 바꿔 주면 앞으로 참여가 많을 것이다. 우주과학회의 경우는 천문학 분야 중에 쌍성 관측 분야에 치우쳐 있는 편이고, 우주과학분야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부분에 참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심포지엄이나 워크숍에 우주과학분야 연구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발표가 있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천문학 전공으로 천체물리를 하는 사람이 물리학과 교수가 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모든 물리학과에 한명 정도 천체물리한 사람이 있었으면 한다. 천문학과에는 물리학과를 졸업한 교수가 두명 있다. 우리나라 천문학과의 교수를 다 합쳐봐야 한 20명 정도밖에 안된다.
  그리고 천체물리의 성격상 다른 분과회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실제로 봄, 가을 학회 때면 항상 입자물리학분과회와 공동 세션을 계속 운영해 왔고, 이런 활동은 계속 바람직한 것 같다. 천체물리학분과 회원들은 입자물리나 원자핵물리 등 다른 분과회에서도 많이 활동하고 있다. 원자핵물리와 천체물리가 관련되는 워크숍을 하는 등 협력이 잘 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천체물리의 대중화 및 인터넷 활용 등에 대한 이야기로 분과회원끼리 연구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차원을 벗어나 가능하다면 학회 밖에 있는 공동체를 포섭하고, 협력하고, 교육하고 하는 것도 학회나 분과회의 발전을 위해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천체물리는 대중화 매체를 통한 교육이나 일반적인 활동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이지만 그 역할을 잘 하지 못하였다.
  분과회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천체물리학을 주제로 KIAS가 재원을, 신문사 같은 기관이 홍보를 하는 강연 같은 것이다. 그리고 한·이 학회도 새로운 좋은 결과가 발표되었다면 기자들에게 알려 홍보할 필요가 있다.

발전방향

  향후 천체물리학 분야의 발전방향으로는 큰 사업,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 또는 좀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다른 기관과 협조하는 문제 또는 학회 tutorial 운영을 통한 회원 확보와 분과 활동의 질 제고 또는 후속 세대 육성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천체물리 커뮤니티의 회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음 세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좋은 장소에서 여름학교나 겨울학교를 개최하여 전공을 정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천체물리에 관한 강연을 한다면 후진 양성과 홍보에 좋을 것이다. 이것은 일반 강연하고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학부 1, 2학년 또는 학부전체를 대상으로 전공을 확실히 정하지 않은 학생들을 위한 강연도 천체물리학 선전에 중요하다. 그것의 한 예로 2001년 6월 21-23일에 경북대 SRC에서 summer institute라는 이름으로 여름학교를 열고 고에너지물리학을 교육한 사실을 지적하였다. 2박3일 동안 여러 대학에서 80여 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참여하였다. 선전을 하긴 했지만 프로젝트와 관련 없는 학생들도 많이 참석하였다. 이것을 참고로 천체물리학분과회에서도 여름학교를 기획하기로 했다. 학부정도 수준으로 천문학과 물리학을 전공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면 그것이 계기가 되어 천체물리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생기므로 중요한 행사임을 다시 강조하였다. 이철훈은 천체물리에 좋은 학생이 와서 연구를 많이 할 수 있게 되려면 학위를 받고 일자리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국제학술행사로는 제 1회 한·이 학회를 들 수 있다. 앞으로 천체물리 관련 천문학 쪽에 굉장히 많은 인력이 필요하게 된다는 꿈같은 청사진이다. 불과 몇년 내에 박사학위 소지자를 400명 정도 수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끝으로 이번 한·이 학회에 참석한 학생들의 약 80% 정도가 여학생이다. 사실 미국 같은 곳에서도 여성천문학자들이 많다. 우리나라 여학생을 보면 물리는 싫어해도 천문학은 해보겠다는 학생이 꽤 있다. 더군다나 여성과학자를 우대해주는 법도 만들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천체물리학 분야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런 점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