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자연과학을 전공하면 공대를 졸업한 사람보다 취직이 힘들듯이, 물리학 전공자의 사회 진출의 폭이 국내에서는 선진국보다 좁아서 취직이 잘 되지 않는 분야로 인식되고 있는데, 특히 입자물리학은 그 시장성이 좁은 관계로 고체물리학 등 여타 분야보다 고전하고 있다. 기업체에서도 입자물리학을 위한 연구소를 차린 데는 없다. 국가적으로도 관련된 연구나 유사한 연구를 하는 연구소나 기관을 설치하지 않았다. 사회적 인식이 기초학문의 필요성에 인색하다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결국 정부를 설득하는 것은 학자들의 책임이요 몫이었다. 입자물리학과 깊은 연관성이 있는 연구조직에 대한 가능성과 그 타당성을 1980년대부터 조병하를 중심으로 연구 검토한 결과, 기초이론 과학에 관한 국제수준의 연구조직이 필요하다는 데 정부와 학계가 인식을 어느 정도 같이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근본적 개념이 태동되고 1990년대 말에 드디어 발족한 것이 두 개의 조직이다. 그 하나는 국제적 기구로서 APCTP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이며 또 하나는 국가 차원의 기구로서 KIAS (고등과학원)인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TP)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는 1996년 6월에 발족하였으며 그 주된 사무실 및 시설을 서울에 두고 개설된 국제기구인데, 조용민 등 입자물리학분과회의 여러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작업하여 한국으로 유치하였다. 노벨상 수상자인 양(C. N. Yang)이 이사장으로 취임하였으며 회원국은 한국, 호주, 일본, 태국, 중국,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8개국이다. 2001년에 정복근 사무총장의 노력으로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는 새로운 발전을 기약하면서 포항으로 그 위치를 옮겼다.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에서 전개되는 활동분야는 다양하지만 특히 입자물리학의 연구를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

고등과학원(KIAS)

  고등과학원은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1996년 설립된 과학기술부 산하의 출연연구소로서 물리, 수학 등 기초이론 과학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1996년 12월에 그 초대 원장으로 물리학부의 김정욱이 취임하였다.

서울대 이론물리센터(CTP)

  서울대에 이론물리센터가 과학재단이 지원하는 우수연구센터로서 1990년에 설립되어 이론 입자물리학자들이 모여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하나의 거점이 되었다. 이 이론물리센터를 거쳐간 수많은 국내외 입자물리학자들은 센터설립 후 10년간 한국의 입자물리학 발전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나 실험 입자물리학자들의 참여가 제한되고 다른 분야의 이론물리학자들도 섞여 있었던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10년이었다.

경북대 고에너지물리연구센터(CHEP)

  2000년에는 과학재단이 유일하게 입자물리학을 위한 우수연구센터를 지정하였다. 즉 경북대 고에너지물리연구센터는 약 20명의 입자물리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100여명의 대학원생을 거느리고 우수연구센터로 출범하였다. 초대 소장은 손동철이 맡았다. 국외에서 진행되는 중요한 실험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실험 입자물리학자들이 거의 망라되어 있어서 명실상부하게 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한국 내의 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과학재단 지원 10년간 목표대로 성장한다면 한국의 입자물리학계를 대표할 수 있는 연구조직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1996년 6월 국제적 기구인 아시아태평양 이론 물리센터가 설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