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1990-1995)에도 열 및 통계물리학분과회 월례회는 처음에 시작된 취지로 계속 이어져서 대우재단이 건재하던 1997년까지 매년 5-10회 정도 열려왔다. 이렇게 면면히 이어져온 분과회의 연구활동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연구인력의 급격한 증가와 연구비의 확충 등으로 다양화, 세분화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서울대에 이론물리학 연구센터(CTP)가 과학재단의 SRC 중 하나로 1990년에 처음으로 시작되자 CTP의 한 연구분야로 통계물리학 분야가 지정되어 통계물리학 발전에 하나의 전기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 통계물리학분과회 전통으로 이어져온 연수회도 1, 2 년에 한번씩 계속해서 개최되었으며, 점점 국제적으로 알려진 통계물리학자들이 참가하게 되어 국제화, 세계화가 이루어져갔다. 그외에도 1990년에 고려대학교에 통계물리학 SRC 장려센터가 생겨나서 3년 동안 엄정인을 중심으로 통계물리학 연구가 활발히 이어져 통계물리학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 외에도 통계물리학 분야에서 세부 연구분야를 같이하는 소 연구회를 중심으로 연구모임과 세미나가 개최되는 등 1990년 초는 한국 통계물리학 연구가 성숙기를 맞이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였다. 이는 1980년대부터 시작된 충실한 학부 물리학 교육을 받은 물리학도들이 1980년대 후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에서 통계물리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 과정 및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쳐 귀국함으로써 통계물리학 연구의 인적 자원이 풍부해져서, 통계물리학 연구가 밑바탕이 되는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고 하겠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걸쳐 한국 통계물리학에 다양하게 연구되기 시작한 분야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카오스와 비선형물리학을 들 수 있는데 이 분야의 연구자는 1990년대 초에는 다른 분야에 비해 압도적으로 연구자가 많은 분야였다. 그 외에도 그 당시 많이 연구되고 있던 연구 대상은 쪽거리(fractal), 폴리머 등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막걷기 모형, 스미기(percolation) 모형 등의 무질서계, 쩔쩔매기가 있는 XY모형, 스핀유리와 신경그물얼개(Neural Network), 등각장론 및 정확하게 해석되는 열역학계, 전자 및 헬륨 등의 다체계 등이었다. 이러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1990년대 초의 연구활동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월례회

  1990년에는 8회의 월례강연회가 개최되었고, 1991년에 8회, 1992년에 7회, 1993년에 6회, 1994년에 7회가 개최되었다. 그리고 1995년에는 한승기(충북대)의 “Diffusion Interaction Leading to Dephasing of Coupled Neural Oscillation” 등 5회가 열렸다.

분과회 주최 연수회

  1990년대 초에 분과회 주최로 열린 연수회는 1991년과 1993년 두번 개최되었다. 1980년대에 개최되었던 연수회에 비해 두 연수회는 크게 두가지 의미에서 성격을 달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첫번째 특징은 연수회에 국제적 명망을 가진 외국 통계물리학자들이 다수 참가하게 되어 본격적으로 국제적인 연수회의 성격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대우재단, 서울대 이론물리연구센터, 고려대 열 및 통계물리학 장려센터, 표준연구원 등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러한 재정적 후원은 1990년대 초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비가 어느 정도 확보되기 시작한 때라는 사실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두번째 특징은 두 연수회의 프로시딩이 JKPS의 보충호[8,9]로 출간되었다는 사실에 있다. 이전까지의 연수회 프로시딩은 앞에서 말했듯이, Informal notes나 Progress of Statistical Physics Vol. V와 같이 단행본이어서, Lecture Note나 발표논문이 여과 없이 그대로 인쇄되었던 데 비해, 두 연수회의 프로시딩에 게재되었던 논문은, 물리학회의 공식적인 심사과정을 거쳐 게재되었기 때문에 사실상의 본격적인 논문집이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1991년 연수회를 보면 외국에서는 스틴치콤(R. B. Stinchcombe, Oxford), 리(M. Howard Lee, Georgia), 만코(V. I. Man’ko, Lebedev Phys. Ins., Russia), 헤스(S. Hess)와 루스(W. Loose, Berlin) 등이 초청강연을 하고, 국내 물리학자들도 13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매우 활발한 연수회였다. 그러나 프로시딩의 공식명칭은 “Progress of Statistical Physics, Vol. VI”로서 분과 공식 연작 논문집 「통계물리학의 발전」의 제6권[8]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1993년 연수회를 보면 외국에서는 해리스(A.B. Harris, U. Pennsylvania), 아로니(A. Aharony, Tel Aviv), 피어스(P. A. Pearce, Melbourne), 모리타(T. Morita, Tohoku), 야스하라(Yasuhara, Tohoku), 란다우(D. P. Landau, Georgia), 웅(K.Y.M. Wong, Hong Kong) 등이 초청강연을 하고, 국내 물리학자들도 27 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질적, 양적으로 한 단계 발전된 연수회였다. 물론 프로시딩의 공식 명칭도 “Progress of Statistical Physics, Vol. VII”[9]로 유지되어 분과회의 공식 연작 논문집 「통계물리학의 발전」의 제7권을 발행하는 전통을 이어가게 된 셈이다.

1990년대 초반 열 및 통계물리학분과회원들의 그 외 연구활동

  1990년대 초에는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지원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기 시작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지원을 바탕으로 열 및 통계물리학분과회 소속 여러 교수들이 분과의 공식 활동과는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또는 연구분야가 같은 소연구회 단위로 다양한 연구모임, 세미나, 연수회 등을 개최하기 시작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특정한 연구분야에 대한 소 연구회의 연구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한 이 시기는 한국 통계물리학 분야의 연구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발판을 마련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소연구회 위주의 세미나, 연수회, 발표회들이 갖는 또 하나의 의의는 연구주제가 세분화, 전문화된 것이어서, 비록 2-3 일 정도의 기간이었지만, 세분화된 연구주제에 대한 유익한 연구정보를 집중적으로 교환할 수 있었다는 데 있다고 하겠다. 종래의 분과회 주최 연수회들이 분과회원들의 다양한 연구분야를 소화하기 위해, 주제가 분산되어 약간 산만해졌던 점에 비추어 볼 때, 1990년대 초 소연구회 위주의 연구발표회들은 연구내용의 전문화, 국제화를 지양하는 바람직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소연구회 위주의 연구활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서울대 이론물리학연구센터(CTP)의 통계물리학 연구실에서 개최한 연구회를 살펴보기로 하자. CTP가 과학재단의 지원을 받는 동안 통계물리와 관련된 연수회가 총5회 개최되었는데 그 개요를 살펴보면 위의 표와 같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CTP에서 개최된 연수회들은 주제가 세분화 전문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통계물리 연수회가 바람직한 형태로 자리잡는 데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CTP는 외국에서 학위를 받은 신진 통계물리학자들을 포용하여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기회를 제공하여 신진학자들의 양성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1990년대 초 분과회 회원의 분과 활동 중 특이한 사항 중 하나는 한국과 일본의 일부 통계물리학자들이 서로 번갈아가면서 한·일 국제연수회를 개최한 일이었다. 이를 계기로 한·일 통계물리학자들 사이의 교류와 상호 학문적 발전을 마련하는 초석이 놓아졌다. 한·일 통계물리 연수회의 연혁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연수회의 공식명칭은 “International Workshop on Similarity in Diversity”로 되어 있다. 즉, 통계물리, 비선형물리, 응집물질물리학 등의 다양한 분야의 한·일 이론물리학자들이 모여서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상호 관심사를 토론하는 장을 마련하자는 것이 바로 이 연수회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제1회는 1993년에 교토대학의 유카와연구소에서 개최되었으며, 한국에서 엄정인, 이승주, 홍종배, 연규황, 박형규들이 참가하였다. 제2회는 1994년 “한·일 통계물리학 워크숍(Korea-Japan Workshop on Statistical Physics)” 이름으로 고려대학교에서 개최되었다. 특이사항은 연수회의 프로시딩을 1995년 4월 JKPS의 보충호로 출판하되, 분과회의 전통인 “Progress of Statistical Physics” Vol. VIII [10]를 부제로 택하여 분과 공식 연작 논문집 「통계물리학의 발전」의 제8권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제3회는 1995년에 규슈의 도화대학에서 개최된 “1st Tohwa University International Meeting on Statistical Physics”에 흡수되어 개최되었다. 제4회는 1997년에 서울대학교 호암관에서 개최되었고, 제5회는 1999년에 도호쿠대학과 니혼대학에서 개최되었다. 제6회인 2000년도에는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 후원으로 서울 아카데미하우스에서 개최되었고, 제7회인 2001년도에는 동경 고쿠시칸대학에서 개최되었다. 한·일 국제연수회에 주로 참가한 한·일 통계물리학자들을 살펴보면 한국측에서는 엄정인, 이승주, 김인묵, 홍종배, 이상법, 김 엽 등이었고, 일본측에서는 모리타, 하라, 도쿠야마, 도요다, 야스하라, 시미즈, 스즈키 등이다.
  이외 1990년대 초 분과회원들의 다양한 활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1990년대 초 학문적으로 성숙기에 들어간 카오스와 비선형물리학 분야에 많은 통계물리 분과회 소속 교수들이 연구하고 있었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두세 차례 워크숍이 개최되었다. 그 개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1993년 7월에 김영태(아주대), 김승환(포항공대), 국형태(경원대), 이호연(충남대) 등의 회원들을 중심으로 “The First International Workshop on Nonlinear Physics and Chaos”가 포항공대에서 개최되었다.
  또 IUPAP 주최로 3년마다 열리는 STATPHYS 19회(1995년 8월, 중국 Xiamen)의 위성학회로 1995년 7월에 포항에서 “국제 비선형 물리학과 카오스 워크숍(International Workshop on Nonlinear Physics and Chaos)”이란 이름으로 국제 워크숍이 열렸다. 통계물리학에 관련된 가장 큰 학회가 STATPHYS인데 위성학회로 한국에서 비선형 물리학과 카오스에 관한 학회를 개최했다는 사실은 1990년대 초 한국의 비선형 물리학 분야의 연구수준과 인적 자원의 수준을 짐작해 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동 위성학회의 프로시딩은 1997년에 World Scientific Series on Nonlinear Science Vol. 10으로서 “Proceedings of the International Workshop on Nonlinear Physics and Chaos (Editors, Hie-Tae Moon, Seunghwan Kim, R. P. Behringer and Y. Kuramoto)”[11]로 출판되었는데, 이 프로시딩이 분과 공식 연작 논문집 「통계물리학의 발전」의 제9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1990년대 초는 분과회 회원들의 크고작은 활동이 이어졌는데 한두 가지를 구체적으로 지적해 보면, 1992년 10월 고려대학교 열 및 통계물리학 장려센터가 주최한 “A symposium on Statistical Physics and Condensed Matter”와 충북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 이론물리 연구실에서 주최한 “조셉슨접합에 관한 워크숍”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