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독자적인 원천기술과 창조적 기술력의 근원인 기초과학 연구능력의 제고와 선진화를 위해 국내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활용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초과학 분야의 세계수준 첨단 연구장비 및 대형공동 연구시설을 설치·운영하는 목적을 가진 “국가 기초과학 진흥의 중심기관”으로 설립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우리나라 학계에서 기초과학 분야로 분류하고 있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과 지구과학 분야의 연구지원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1988년 8월 한국과학재단 부설 “기초과학지원연구센터”로 발족한 연구원은 김현남(아주대 물리학과)이 초대소장으로 취임하여 1989년 9월 서울 임시청사를 개설하여 업무를 시작한 이후 1990년 12월 5540평 규모의 대덕 독립청사 건설에 착수하여 1993년 9월 이전시까지 서울에서 지원업무를 수행하였다. 또한, 1990년 8월 정부에 보고된 “기능정립 및 지역분소 설치 추진계획”에 따라 대덕본원과 지역분소의 설치 준비가 착수되었으며, 이후 1991년 9월에는 정부의 “출연연구기관 기능 재정립 및 운영 효율화 방안”의 일환으로 연구원은 한국과학재단 부설기관에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직속기관으로 이관, 개편되었다.
  1992년 4월에는 당초 설치계획에 따라 지역 연구자들에 의한 첨단연구기기 공동활용의 촉진을 통해 지역 기초과학 연구환경의 개선과 연구수준의 지역적 균형발전을 위하여 서울분소가 고려대학교, 부산분소가 부산대학교, 대구분소가 경북대학교, 광주분소가 전남대학교 캠퍼스내에 각각 설립되었다. 이후 연구장비의 지속적인 확보와 운영에 힘입어 연구원의 학계 이용율이 급증하고 기초과학 연구의 중요성과 연구원의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기여도가 확대됨에 따라 1993년 5월에는 부설기관으로 새로이 확대·개편되었다. 1995년 4월에는 기초과학지원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하고, 1999년 5월에는 독립법인으로 발족하였다. 이후 2001년 1월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으로 확립됨으로써 발족 후 12년여 기간에 다양한 변혁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여 지금은 전북대학교내에 전주분소가 1999년 12월 설치되었고 강원대학교에 춘천분소가 2001년 11월 개설되어, 현재 연구원은 대덕본원과 6개 지역분소로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2002년 현재 발전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발전과정과 연구분야 변화 내용 중 물리학과 관련된 부분을 중심으로 기술하려고 한다.

설립초기 (1988 - 1991)

  2002년 현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1988년 2월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소속 기초과학 관련 5개학회인 물리, 화학, 생물, 수학 및 지구과학 학회에 의해 대학 기초과학 연구활성화를 위한 연구장비 운영을 중심으로 하는 전국적 공동기구의 설치에 관한 건의에 따라 과학기술처에 의해 1988년 8월 1일 한국과학재단 부설기관으로 설립되었다. 출발 당시부터 독자적인 기관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예산 및 인사에 관한 권한이 부여되었고,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분야의 지원기기별로 제1기기부, 제2기기부, 제3기기부 그리고 제4기기부로 편제되었으며 연구기술직 26명을 포함하는 총인원 50명으로 조직되어 출범하였다.
  이와 함께 1989년에는 전국대학 및 학회를 통한 기기 수요조사를 실시하여 기초과학 분야에 총 395종 1억 4800만달러 규모의 필요 연구기기 리스트를 작성하고 정부 특별외화대출 950만달러를 활용하여 1991년 6월 43종의 연구장비가 서울 대치동 임시청사에 설치되어 운영을 시작함으로써 본격적인 지원이 개시되었다.
  이 시기 동안 확보된 물리학 분야의 장비는 전자 스핀공명 및 전자핵 이중공명장치(EPR & ENDOR), 야그 및 다이레이저(Nd: Yag & Dye Laser), 자기 특성측정기(MPMS, SQUID), 고체형 핵자기 공명장치(200MHz Solid State NMR), 진공증착기(Vacuum Coater), 희석냉동기 등 총 10종 304만달러 규모의 장치가 설치되어 지원업무에 착수하였다.

운영초기 변혁기 (1992 - 1995)

  설립 초기 학계 일부에서의 우려와는 달리 성공적인 연구지원 장비의 확보와 본격적인 기기지원 착수는 학계로부터 분석기기 이용의뢰가 대폭 증가하며 대학사회의 호응을 얻기 시작함으로써 기기 공동이용 개념의 효율성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대덕 연구단지내 본원 독립청사의 건설착수와 함께 지역분소의 설치가 계획되었으며, 본원은 국가적 대형 연구시설의 설치·운영과 첨단 연구장비를 통한 중앙측정·분석기능을 수행하는 기능을, 지역분소는 지역특성이 고려된 공통장비를 대학구내에 설치하여 근접지원 기능을 수행토록 하는 확대된 연구원 운영 개념을 계획하였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대덕본원에 첫번째로 설치될 대형 공동연구 시설의 선정은 기초과학 관련 학회와 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하여 물리학 분야의 플라스마 핵융합 연구분야의 시설로 선정되었고, 플라스마 물리학 분야의 전문가 12명이 참여한 위원회가 구성되어 이동녕(포항공대)이 위원장을 맡아 단기적으로는 플라스마 과학 연구를 위한 공동연구시설을 설치하여 학계 공동연구에 착수하고, 연구기반과 전문인력의 확보와 함께 토카막형 핵융합 연구시설의 개발·설치를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획 연구보고서를 발간하였다. 학계에서 건의된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대형 공동연구 기기부가 새로이 설치되었으며 첫단계인 플라스마 과학 분야의 공동연구 시설의 설치를 위해 1992년 초 미국 MIT 대학에서 개발·운영되어 오던 “TARA(빛의 신)”이라고 불리던 탄뎀 미러형 대형 플라스마 발생장치를 이관받아 “한빛” 장치로 개조·개선하는 사업이 착수되었다. 이러한 연구원 기능의 확장과 발전 과정중 1991년 말에 불어닥친 정부의 출연연구기관 구조조정 정책은 연구원이 첫번째 맞이한 큰 시련이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과 구조개편의 어려운 과정속에서도 연구원은 기초과학 학계의 적극적인 지원과 내부 인력들의 단합을 통해 새로운 연구기관의 비전과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2002년 현재 형태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으로 확고한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이 기간중 제1차 세계은행(IBRD)차관 1500만달러가 확정되어 1993년까지 59종의 연구장비가 도입·설치되었고, 이어서 제2차 IBRD차관 2000만달러에 의해 1995년까지 113종의 연구장비가 확보되어 총 213종의 첨단 연구장비가 설치·운영되기 시작함에 따라 기초과학분야 첨단 연구장비 공동활용 시설이라는 이름에 부합하는 기관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또한, 이 기간중인 1992년 12월에는 대덕본원 건설이 준공되고 이전 준비기간을 거쳐 1993년 9월에는 서울 대치동 임시청사 시절을 마감하고 대덕본원으로의 이전과 고려대학교 구내에 서울분소 설치가 같이 진행되었고, 부산분소, 대구분소, 광주분소 등을 포함하는 4개분소에 117종의 연구장비가 설치되어 운영되기 시작하였다.
  대덕본원으로의 이전과 지역분소 설치 이후부터 1995년말까지는 기기지원을 위한 첨단 연구장비의 착실한 도입·설치와 정상적인 운영의 목표를 달성하였고, 학계의 측정 및 분석지원 의뢰가 획기적으로 증가하는 계기가 마련되어 본래 설립목적을 실현하는 기간이었으며, 1995년 6월에는 “한빛” 플라스마 공동연구시설의 종합준공과 “First Plasma” 이정표를 달성하였다.

발전 성장기 (1996 - 2002)

  설립이후 1990년대 중반기까지 연구원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기능 정립과 구조조정 기간과 맞물려 변혁의 기간을 맞았으나, “이용자”(즉 client)가 있는 새로운 개념의 출연 연구기관 모델을 정립하고 이러한 비전과 정체성을 정부와 학계에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대응하였고, 기초과학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단계의 시기적절한 기회를 맞아 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연구원은 1996년 이후부터 발전성장기에 돌입하였다. 이 시기에 대덕본원에는 성공적으로 수행된 “한빛” 플라스마 공동연구시설 설치·운영사업을 바탕으로 하여, 지금 KSTAR(“한국의 태양”)로 불리는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 개발사업이 착수되었으며, 기 확보된 대규모 헬륨액화시설, 대용량 전력시설, 순수 냉각시설 등 특수설비를 바탕으로 하는 극한물성연구시설이 설치되어 20테슬라급 초전도 자석을 가지는 희석냉동시스템, 9테슬라 물성측정시스템, 7테슬라 자성측정시스템 등 10여종의 첨단연구장비가 운영되었으며 이를 중심으로 다중 극한환경하의 물성분야가 국가지정 연구실로 지정되었다. 이와 함께, 1.3 MV급 초고압 투과전자현미경 설치·운영사업도 착수되어 0.12 나노급 분해능을 가지며 우리나라의 나노기술(NT)분야 연구의 주요장비 역할을 하게될 공동연구시설도 건설중에 있다. 또한 초정밀 가공장비 등 국내 유일의 첨단장비와 축적된 연구시설 설계·개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연구장비를 개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기초과학 연구분야의 지평을 넓혀가는 자주적 연구기반 조성에 관한 준비도 추진하게 되어 21세기를 맞아 “세계 일류의 기초과학 공동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 기간중에는 전주분소와 춘천분소가 새로 개설되고 물리학분야에 활용 가능한 첨단장비들이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는데, 국내 최초의 600 MHz 고체 NMR이 대구분소에 설치되어 운영에 들어갔으며, 부산분소에는 주사 전자현미경(SEM/EDX), 투과전자현미경(TEM/EDX), 오제전자 분광기(AES), X선 광전자분광기(XPS)등 표면연구용 연구장비들을 운영중이다. 광주분소에는 X선 회절분석기(XRD), 전주분소에는 전자방사형 표면주사 전자현미경(FE - SEM) 등이 설치되어 운영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설립 초기의 단순 측정·분석지원 중심에서 벗어나 전문·심화된 연구지원 중심의 전문지원 체계구축과 단계별 시행을 추진중으로 이를 통해 한층 성숙된 학계에 대한 연구지원과 공동연구 기능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참고자료]
[1] 기초과학지원연구소 10년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1998.
[2]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소개책자, 2001.














1988년 8월 한국과학재단의 부설기관으로 기초과학지원연구센터 발족. 2001년 1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으로 승격. 2002년 현재 서울, 대구, 부산, 광주, 전주, 춘천에 분소를 설립하여 운영 중.